로하니의 재선 도전, 3대 장벽 넘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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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불화… 혁명수비대는 핵협상 반감
경제난에 노동자계층도 불만

이란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대통령에 선출됐던 1981년 대선 이래 모든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런 역사를 보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19일 치러지는 대선에서 재선의 희망을 가질 만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로하니는 2013년 당시 득표율 50%를 넘기며 당선됐지만 이번 대선에선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 노동계층의 반대 정서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통령을 뛰어넘는 이란의 1인자인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대선을 앞두고 잇따라 로하니의 개방 정책과 경제 성과 부진을 비판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로하니가 서방과의 핵협상과 개방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는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이란의 순수성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고지도자가 대선을 앞두고 현직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공개 발언을 이어가는 건 로하니의 경쟁자이자 자신의 후계자로 여기는 강경보수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를 밀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가 라이시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 점도 로하니에겐 걸림돌이다. 혁명수비대는 라이시가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 후 78세의 고령인 하메네이 후임으로 최고지도자에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장기적 미래를 고려해 라이시를 지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혁명수비대는 로하니가 업적으로 꼽고 있는 핵 협상에 대한 반감도 크다. 로하니는 최근 TV토론에서 “혁명수비대가 지난해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때 미사일 표면에 ‘이스라엘은 사라져 버려야 한다’는 구호를 적어 공개하며 핵합의를 방해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서방과의 핵협상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경제 상황에 노동계층이 로하니에게 슬슬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수년 동안 이어지는 경제난에 임금이 제자리 상태고, 공식 실업률이 12.7%에 이르면서 노동 여건이 여전히 열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로하니가 7일 이란 광산의 광부 집단 매몰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광부들은 그의 차량에 계란을 던지고 발길질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분개한 광부들이 “한 달 임금이 265달러(약 30만 원) 수준인데 이걸로 어떻게 먹고사느냐”고 항의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란#하메네이#대통령#연임#로하니#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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