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심판’ 놓고 격돌… 美 하원의원 선거 ‘錢의 전쟁’

  • 동아일보

공화 텃밭 조지아주 6선거구… 지역구의원 입각으로 보궐선거
민주당, 30세 신예 앞세워 공략
양당, TV광고에만 339억원 써… 총 선거비용 456억원 넘을 듯

‘트럼프 심판’의 열기가 미국 ‘돈 선거’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다음 달 20일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조지아 주 제6선거구에서 TV 광고 명목으로만 2970만 달러(약 339억 원)가 지출됐다며 가장 돈이 많이 든 하원의원 선거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6일 보도했다. 선거구 주민 70만 명의 대표를 뽑기 위해 이번 한국 대선의 6개 정당 국고보조금(421억 원)과 맞먹는 금액(81%)이 사용된 것이다.

폴리티코는 선거일까지 아직 한 달이 넘게 남은 데다 TV 광고를 제외한 지출이 포함되지 않았고 슈퍼팩(Super PAC·후보 선거 캠프에 속하지 않은 외곽 정치 지원 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며 총 비용은 4000만 달러(약 456억 원)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퍼팩은 대기업 등을 상대로 무제한으로 선거자금을 모은 뒤 독자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 조지아 주 공화당 선거전략가 칩 레이크 씨는 “(막대한 선거 비용 지출에) 할 말을 잃었다”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기존 기록은 2012년 플로리다 주 제18선거구 하원의원 선거에 쓰였던 2960만 달러였다.

현지 방송국은 광고 풍년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쏟아지는 광고 의뢰를 소화하기 위해 정규 프로그램 외에 특별 뉴스 방송을 편성하기까지 했다.

1979년부터 올해까지 38년간 공화당 텃밭이던 조지아 6선거구는 이 지역구 하원의원이던 톰 프라이스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대 보건장관으로 발탁되면서 돌연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 대결 현장으로 변신했다. 민주당이 30세의 정치 신예 존 오소프를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을 심판하겠다고 나서자 공화당이 대대적으로 반격에 나서면서 ‘돈 대결’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18일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결선투표가 열리게 되면서 과열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직접 조지아 주 애틀랜타를 찾은 뒤 이 지역구 공화당 후보 캐런 핸들을 만나 정치자금 모금을 지원했다.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슈퍼팩도 지원사격에 나선 상태다.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돈 선거’가 일상화된 미국에선 대통령 후보가 1조 원 이상을 지출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미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11억9100만 달러(약 1조3600억 원)를 모금해 11억8400만 달러를 사용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재선 당시 10억7300만 달러를 모금해 9억8600만 달러를 지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억4700만 달러(약 7380억 원)를 모금해 6억1700만 달러를 썼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트럼프#선거#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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