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민권 얻기위한 원정출산도 막을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03시 00분


WP “국토안보부 제동방안 추진”
취업비자 제한 소식 접한 유학생들 “美취직 물건너가… 돌아가야 하나”
국내 유학원에 대학편입 문의 폭주


 “여름방학에 엄마 아빠 보러 한국 가긴 다 틀렸다. 미국 다시 못 들어올까 겁나서….”

 “미국 취직은 물 건너간 것 같네요. 유럽 대학으로 편입하는 게 나을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개 이슬람 국가에 대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한 데 이어, ‘미국인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등을 축소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내 한인 유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런 글들이 올라왔다.

 한 한국인 유학생은 “입국 금지 대상국이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 혹시 한국(South Korea)도 핵무기 만드는 북한(North Korea) 때문에 ‘위험한 나라’로 오해돼 (입국 금지) 대상국에 포함되면 어떡하느냐”는 걱정까지 했다. ‘불량국가’ 북한 때문에 생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한국 유학생들에게 직·간접적 피해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뉴욕주립대에 재학 중인 A 씨(20·여)는 “학교 당국에서 ‘행정명령 대상 7개국 국적 학생들은 정당한 학생 비자(F-1)가 있더라도 해외로 나가지 마라’는 안내 e메일을 전교생에게 보냈다. 유학생인 만큼 ‘나와 상관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지 않고 덩달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H-1B 비자 축소 소식은 이런 불안감에 절망감을 더하고 있다. 미국 유학생은 외국인이란 이유로 미국 시민에 비해 장학금이나 정부 지원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기 때문에 비싼 등록금을 사실상 다 내야 한다. 웬만한 주립대의 4년 학비도 10만∼15만 달러(약 1억1700만∼1억7550만 원)이고, 일부 명문 사립대는 25만∼30만 달러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공부했는데도 졸업 후 취업의 길이 더 좁아지게 된 셈이다.

 뉴욕에서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한 재미동포는 “우리 단체에서 인턴십이나 자원봉사를 하며 취업 기회를 찾던 한국 유학생들 중 상당수가 ‘트럼프 정부에선 (취업이) 힘들 것 같다’며 귀국 준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손형국 성균관대 교육학과 겸임교수는 “유학생들이 현지 취업의 기본적 어려움, 한국 기업들에서의 ‘유학생 프리미엄’ 퇴색에다 최근 ‘트럼프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삼중고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한 사립대 경영학과를 다니던 이모 씨(26)는 1학년을 끝내고 2013년부터 미국 텍사스대에서 유학했는데 최근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행을 포기하고 국내 대학에 재입학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유학원을 운영하는 이현수 씨(38)는 “한국 대학 편입을 문의하는 미국 유학생들의 전화가 최근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H-1B 비자 축소를 추진하는 이유는 인도의 값싼 정보기술(IT) 인력이 H-1B 비자를 통해 미국 노동시장에 공급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비싼) 미국인 노동자를 외면해 왔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은 인도 때문에 유탄을 맞게 된 것이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국토안보부가 미국 비시민권자가 자녀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목적으로 미국에 와서 출산하는, 이른바 원정출산(birth tourism)에 제동을 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영주권자인 한인 여성 B 씨(39)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개인사업을 하기 때문에 시민권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았는데 첫째 아이(3세)의 미국 내 교육과 둘째 출산 계획 등을 고려할 때 시민권을 신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정지영 기자
#트럼프#시민권#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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