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나치 나팔수의 여비서’ 그녀의 덤덤한 회상과 죽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0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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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치 나팔수' 괴벨스의 여비서
폼셀의 덤덤한 회상 그리고 죽음

#.2
부룬힐데 폼셀이 무려 106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습니다.
폼셀은 독일 나치의 선전을 담당한 요제프 괴벨스의 여비서로서
격동의 19세기를 함께한 역사의 산증인이었습니다.

#.3
그는 생전 독일의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나치 선전활동의 최전선에 있었음에도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회상했습니다.

#.4
당시 나치에 가입했던 것은
순전히 방송국 취업을 위해서였다는 것이었죠.
또한 나치의 나팔수로 불린 괴벨스의 여비서로 일했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을 잘 알진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5
그는 유대인학살(홀로코스트)도
전쟁이 끝난 이후에야 알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2011년 이 인터뷰가 있기 전까지 폼셀은
주목받지 않은 채 조용히 지내고 있었죠.

#.6
하지만 인터뷰 이후 나치 수뇌부의 마지막 생존자로
큰 관심을 받게됩니다.
이후 8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공개된
<어느 독일인의 삶>에서 폼셀은 좀 더 자세하게
나치에서 일했던 모습을 증언하게됐죠.

#.7
폼셀은 괴벨스의 개인 비서이자
나치 당원이었지만 평범하고 선량한 독일인이었다고 회상했죠.
나치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 지는 당시 대부분의 독일인이 그랬듯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알게됐다고 말했습니다.

#.8
폼셀의 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대공황까지
여러 악재가 겹쳤던 당시 독일 국민에게
히틀러는 아리아인의 우수성을 설파하며 강력한 독일 재건을 외치는
독일의 희망이자 태양이었습니다.

#.9
현혹된 국민들은
그를 맹목적으로 지지했지만 정작 나치의 실상을 알진 못했죠.
폼셀의 말이 일견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10
"몰랐기 때문에 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죄가 있다면, 나치 권력이 집권하게 만든 모든 독일 국민의 책임이고 잘못"
-폼셀 인터뷰 중

하지만 몰랐다고 해서 용서받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역사적 진실과 마주해 책임을 피하지 않아야
잘못된 과거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11
실제 독일은 당시 전쟁을 묵인하고
나치에게 엄청난 권력을 준 것에 대해
국제사회에 사죄의 뜻을 전하고 재발방지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것이 전쟁 이후 유럽의 주변국들이 독일을 인정하고
경제공동체를 꾸릴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12
106세 독일 할머니의 덤덤한 자기 고백은
이제는 "전쟁과 파시즘의 위협을 제대로 극복했다"고 믿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집니다.
폼셀의 증언은 그 믿음이 착각일 수 있다는 일종의 메시지인 셈이죠.

#.13
우리는 잘못된 과거사를 외면하려는 일본의 태도를 지적합니다.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를 기억하고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입니다.
폼셀의 덤덤한 회상은 어쩌면 우리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해주는 역사적 사례가 아닐까요.
기획·제작: 김재형 기자·김유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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