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선개입’ 인정한 트럼프 “푸틴과 사이좋게 못 지낼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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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승리후 첫 공식 기자회견
‘푸틴이 당선 도운 의혹’ 질문에 “나를 좋아한다면 자산” 동문서답
‘러와 유착’ 보도 CNN 맹비난 “가짜 뉴스, 질문말라” 기자와 설전
“두 아들이 기업경영 맡을 것”… 이해충돌 논란 해소방안도 공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대선 승리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해킹을 통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자신의 당선을 도왔다는 미 정보당국의 판단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주당전국위원회(DNC) 등의 해킹을 지시했다고 판단한 정보기관의 입장을 받아들이느냐는 질문에 “러시아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측근을 통해 시인한 적은 있지만 본인 입으로 직접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푸틴이 당신을 돕기 위해 해킹을 지시했다는 정보기관의 판단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만약 푸틴이 나를 좋아한다면 그건 자산”이라며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DNC는 해킹에 완전히 노출돼 있었던 반면 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해커들이) 뚫지 못했다”고 말해 러시아가 특정 편을 들지 않았으며 민주당에 불리한 정보만 유출된 것은 공화당이 사이버 공격을 잘 막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친(親)러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푸틴과 잘 지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 기간 트럼프와 러시아의 유착 관계와 2013년 모스크바 호텔에서의 기행(奇行)에 관한 내용이 담긴 정보보고서가 10일 인터넷에 공개된 것에 대해서는 “(미검증 내용 공개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미검증 정보가 대중에게 공개되고 이를 정보기관이 허용했다”며 “이는 나치 독일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문건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를 ‘망하고 있는 쓰레기더미’로 칭했고, 해당 보고서의 존재를 처음 보도한 CNN에 대해선 ‘가짜 뉴스’라고 맹비난했다. CNN 기자가 질문을 하려 하자 “(질문)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수차례 말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트럼프는 자신이 모스크바의 고급 호텔에서 문란한 쇼를 벌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나는 세균 혐오자(위생 관념이 철저하다는 뜻)”라고 말해 장내에 웃음을 터뜨렸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자신의 기업 운영은 각각 장남과 차남인 도널드 주니어와 에릭이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문제가 제기돼 온 이해충돌 논란을 해소하겠다며 “(사업 운영과 관련해) 나와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약속을 철저히 이행하기 위해 트럼프 기업에 윤리담당보좌관을 두겠다는 방안도 공개했다.

 하지만 같은 날 월터 숍 주니어 정부윤리국장이 성명을 통해 “아들들이 사업을 계속 맡는 것은 백지신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치”라고 비판해 논란이 계속될 것을 예고했다.

 자신을 “신이 창조한 가장 위대한 일자리 창출자”라고 칭한 트럼프는 “(앞으로)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자동차와 에어컨을 만들고자 한다면 높은 관세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 말에 멕시코 페소화 환율은 사상 최고 수준인 달러당 22.04페소까지 올랐다가 장 후반에서야 21페소 후반대를 회복했다.

 한편 파문을 일으킨 보고서의 작성자가 러시아에서 20여 년간 MI6(영국 정보기관) 요원으로 활동한 크리스토퍼 스틸로 밝혀진 가운데, 영국 텔레그래프는 그가 실명 공개 후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는 이유로 런던 외곽의 자택에서 잠적했다고 11일 전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트럼프#푸틴#러시아#대선개입#미국#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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