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과 군사교류 재개… 中 발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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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2017 국방수권법안’ 서명… 양국 고위급 軍인사 교류 빗장 풀어
대만 “펜타곤서 무기 협상” 환영… 中 “내정간섭 수용못해” 강력 반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미국과 대만의 군사교류 강화 내용이 담긴 ‘미국 2017년 국방 수권(授權)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양국의 군 장성과 고위급 관료들은 서로 상대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대만 측은 “단교 이래 군사 교류를 막는 문턱이 없어졌다”며 즉각 반겼지만 중국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은 1979년 1월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중국이 내세운 ‘하나의 중국’ 원칙 때문이었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한 같은 해 4월 ‘대만관계법’을 통과시켜 대만과의 비공식 관계도 이어왔다. 미국은 ‘방어적 성격의 무기를 제공한다’는 명분에 따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도 중단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군 장성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 교류는 금지했다. 하지만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이 법안이 발효되면서 이런 제한도 사라지게 됐다.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대만과의 군사 교류를 중단할 것을 미국에 요구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성명을 내고 “국방수권 법안에 포함된 대만 관련 내용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미국에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대만국립정치대 탕사오청(湯紹成) 연구원은 “국방수권법이 겉으로 보기에 대만에 우호적인 것 같지만 대만에 복이 될 수도, 화(禍)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원칙’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이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경 F-16 전투기 2대가 대만 동부 화롄(花蓮) 공군기지에서 야간에 긴급 출격해 2시간 만에 복귀했다. 대만 전투기들의 긴급 출격은 25일 오후 8시경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과 항모전단이 대만 동남쪽 방공식별구역(ADIZ)에서 약 37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랴오닝 항모전단은 26일 오전 9시경 대만 최남단 핑둥(屛東) 현에서 150km가량 떨어진 해역을 통과했다.

 항모전단을 동원한 중국의 무력시위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바티칸의 수교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1951년 단절된 국교 회복이 임박했다고 프랑스 공영 라디오 RFI가 26일 보도했다. 최대 걸림돌인 주교 임명에 대해 양측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5일 일정으로 베이징에서 열린 정부 주도의 ‘천주교 대표회의’에 주교가 참석하는 것을 교황청이 과거와는 달리 반대하지 않은 것이 관계 변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이 바티칸과 수교하면 대만의 외교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트럼프#양안체제#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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