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까 두려웠지만 사진 찍어… 나는 기자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러 대사 피격 특종’ AP 사진기자 “안찍으면 후회할것 같아 용기 내”

 “나는 두려웠다.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벽 뒤에 몸을 숨길 곳을 찾았고 (이동해서) 내 일을 했다. 마음을 가라앉혔고 사진을 찍어 댔다.”

 19일 저녁 터키 앙카라 프리스틴미술관에서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저격당하던 순간을 포착한 AP통신 사진기자 부르한 외즈빌리지(56·사진)는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저녁 퇴근길에 프리스틴미술관에 들렀다. 미술관에선 ‘터키인의 눈으로 본 러시아’라는 사진전이 열렸다. 이곳에서 카를로프 대사가 개막 축하 연설을 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그다지 중요한 행사는 아니었다. 외즈빌리지는 “카를로프 대사의 사진을 찍어 두면 나중에 러시아-터키 관계 기사에 유용할 것 같았다. 전시장에 도착했을 때는 카를로프 대사가 막 연설을 시작하고 있었다”라고 20일 언론에 전했다.

 카를로프 대사가 잔잔하게 말을 이어 가던 중 갑자기 총성이 연달아 들렸다. 행사장은 순식간에 공포에 빠졌다. 외즈빌리지는 “나도 총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기자였다. 훗날 ‘당시 왜 사진을 찍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제대로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외즈빌리지는 죽음의 공포를 억누르고 다가가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카메라를 잡은 팔을 뻗어 셔터를 눌렀다. 저격범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가 쓰러진 카를로프 대사 옆에 서서 오른손에 총을 들고 왼손 검지를 하늘로 치켜든 채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사진은 곧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 등 세계 AP통신 제휴 언론에 보내졌고 이튿날 세계 유력지들은 1면에 외즈빌리지가 찍은 사진을 주요 기사로 실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러시아#대사#피격#터키#ap#사진기자#카를로프#부르한 외즈빌리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