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 와치랄롱꼰 왕세자(64·사진)가 이르면 다음 달 1일 1972년 왕세자가 된 지 44년 만에 태국 짜끄리 왕조 10번째 왕(라마 10세)에 오른다. 70년간 왕좌를 지키던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이 지난달 13일 89세로 서거한 지 약 50일 만이다.
AP통신은 29일 태국 과도의회가 와치랄롱꼰 왕세자를 새 왕으로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 뽄펫 위칫촌차이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새 국왕이 결정됐음을 알리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새 국왕을 축복하자”라고 말했다.
태국 정부는 법에 따라 새 국왕을 정하면 국가입법회에 통보해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제 와치랄롱꼰 왕세자가 의회의 추대를 수락하면 새 국왕으로 확정된다.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와치랄롱꼰 왕세자는 30일 귀국해 남은 승계 절차를 마치고 이르면 다음 달 1일 즉위식을 열 것으로 보인다. 그가 왕위에 오르면 그보다 네 살 많은 영국의 찰스 왕세자(68)만 ‘장수 왕세자’로 남게 된다.
와치랄롱꼰 왕세자는 푸미폰 국왕과 시리낏 끼띠야까라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1남 3녀 중 둘째다. 10대 때부터 태국군 장교 훈련을 받았고 14세에 영국 기숙학교로 유학을 떠났으며 호주 왕립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가끔 국적사인 타이항공 대형 제트기를 몰 정도로 비행 마니아다.
그는 국정에 관심이 없는 데다 복잡한 사생활로 잡음이 끊이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외사촌, 배우, 평민 출신 여성과 3차례 결혼하고 이혼하며 자녀 7명을 두었다. 이 때문에 군부가 전 국왕에 비해 국민적 신뢰가 낮고 무능한 그를 허수아비로 앞세워 권력을 확고히 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태국 정부는 푸미폰 국왕 서거 직후 왕위 승계 절차를 시작하려 했다. 푸미폰 국왕이 이미 1972년 그를 왕세자 겸 후계자로 공식 지명했고 의회도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와치랄롱꼰 왕세자가 애도 기간을 갖고 싶다며 승계를 미뤘다. 왕위 승계가 늦어지며 권력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에 새 국왕이 선포됨에 따라 이런 혼란은 잦아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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