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골프장 정치 티샷’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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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니-그레이 등 각료 후보들 클럽하우스로 초청해 면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휴일인 20일 자신이 소유한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으로 블랙스톤그룹의 부동산부문장인 조너선 그레이를 초청해 면담했다. 그레이는 대선 기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고 정치자금도 기부한 민주당원이지만 초당적인 탕평인사 차원에서 재무장관에 임명할 만한지 보기 위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3주째를 맞아 그의 ‘골프장 정치’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국 구상과 조각(組閣) 인선이 골프장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날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도 골프장으로 불렀다.

 스스로 핸디캡 3, 4 수준의 골프광이라고 밝혀 온 트럼프 당선인에게 골프는 역대 어느 미 대통령보다 각별하다. 트럼프는 미국은 물론이고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아랍에미리트 등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딴 18개의 골프장을 갖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도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 재개장식에 가족들과 참석했고, 3월엔 유세 도중 플로리다 주 자신의 골프장에서 열린 PGA캐딜락챔피언십에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또 골프장 내 클럽하우스와 식당을 또 다른 거처이자 집무실처럼 사용해 왔다.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 클럽하우스 전경.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 클럽하우스 전경.
이런 정황으로 보면 트럼프 당선인에게 자신 소유의 골프장은 취임 후 제2의 백악관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허핑턴포스트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크로퍼드 목장이 있다면 트럼프에겐 골프장이 있다”고 비유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을 백악관이 아니라 텍사스 주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청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것에 빗댄 것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대부분 측근들과 골프를 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달리 골프장에서 다양한 정치적 이벤트를 벌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취향을 간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7일 해외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난 뒤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비싼 시가 3755달러(약 445만 원)짜리 일본 혼마사의 ‘베레스 S-05’ 드라이버(9.5도)를 선물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이 골프채는 검은색과 금색 두 종류가 있는데 트럼프가 전용기와 트럼프타워 내부를 도금할 정도로 금색을 좋아해 아베 총리가 손수 금색을 골랐다고 잡지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공직과 사업 간 이해 상충 우려는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하는 고급 아파트를 인도에 건설 중인 인도인 사업가 3명을 15일 트럼프타워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당선 축하를 위한 만남이라고 했지만 인도 현지 언론인 이코노믹타임스는 이들이 사업 확대를 논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최소 111개에 이르는 트럼프 관련 회사들은 18개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트럼프도 ‘이해 상충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할 정도로 끔찍한 약점”이라고 비판했다. 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플린 역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터키 정부를 위해 로비 활동을 벌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했다며 “이해 상충 문제는 트럼프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20일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직무와 사업을 적절하게 분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한기재 기자
#트럼프#그레이#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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