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민주 텃밭 ‘러스트 벨트’ 접수… 클린턴에 결정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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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 태풍]
개표초반 밀리던 플로리다 뒤집으면서 승기 잡아
“이민 가자” 加 이민국 홈피 마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위스콘신과 미시간 주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8일 오후 10시경(현지 시간) 개표 방송을 진행하던 CNN 진행자들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가 유력하던 지역에서마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격차를 벌리며 앞서 나가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개표 초반 평온했던 분위기는 트럼프가 최대 경합주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클린턴에게 박빙의 우세를 굳히기 시작한 오후 9시경부터 급변했다. 개표가 90% 이상 끝난 플로리다에서 트럼프가 1%포인트 이상 앞서나가자 클린턴 압승을 선거 기간 내내 점쳐온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 당선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급히 낮췄다.

 클린턴을 벼랑 끝으로 내몬 결정타는 ‘러스트벨트’(쇠락한 중부 공업지대)였다. 대부분 언론이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 지역이란 이유로 클린턴 승리를 점쳤던 위스콘신과 미시간 주에서 트럼프는 초반부터 치고 나갔고 클린턴은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오후 10시를 넘어가자 NYT도 결국 항복을 선언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대선 풍향계’ 오하이오 주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이 곧 들렸고, 밤 12시가 가까워지자 클린턴은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펜실베이니아마저 트럼프에게 뺏겨 버렸다. AP의 트럼프 승리 확정 보도는 9일 오전 2시가 넘어서야 전해졌지만 클린턴은 일찌감치 회생 불가능 상태였다.

 이날 반(反)트럼프 선봉에 선 유명 인사들은 트럼프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허사였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트롤리 차량을 동원해 유권자를 투표소로 실어 날랐다. 공화당 출신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와 클린턴 중 누구에게도 표를 주지 않고 상·하원 의원선거 투표만 했다.

 트럼프 당선이 확실해지자 캐나다 이민국(CIC) 웹사이트는 마비됐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캐나다로 이민 가겠다”는 우스갯소리를 던지던 미국인들이 실제로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되자 말을 실행으로 옮긴 게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캘리포니아 주 아주사 투표소 근처에서는 총격 사고가 일어나 범인을 비롯한 2명이 숨지고 여성 2명이 중상을 입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이세형기자
#트럼프#이민국 홈피 마비#클린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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