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60%… 개헌 날개 단 아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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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30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인 미야기(宮城) 현을 찾아 정중하게 인사하고 피해 지역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한 고교생이 요리한 오코노미야키와 된장국을 맛보고는 “맛있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언론은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취임 후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를 찾은 것이 30번째라고 보도했다. “동북 지방의 부흥 없이 일본 재생은 없다”고 말해 온 아베 총리는 자신의 발언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입증이라도 하듯 취임 이후 한 달 반에 한 번꼴로 피해지를 찾고 있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60%에 이른다. 지난달 28∼30일 조사한 것으로 전달 조사 때보다 2%포인트 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년 총리가 바뀐다’는 말이 나오던 일본에서 취임 5년 차인 총리가 지지율 60%까지 오르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비슷한 시기(2013년 2월)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것과 뚜렷이 대조된다.

 아베 총리의 인기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정치력에서 나온다고 언론은 분석한다. 특히 재해와 안보 분야에서 발 빠르게 대응해 국민에게 안정감을 안겨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4월 구마모토(熊本) 강진 당시 아베 총리는 15분 만에 TV카메라 앞에 섰고 26분 만에 관저로 복귀해 비상사태를 진두지휘했다. 이후 지지율이 수직 상승해 1년 만에 50%를 넘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때도 즉시 카메라 앞에 서 “북한의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보다 빨리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대응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국민에게 남겼다.

 외교 분야 실적도 탁월하다. 올 5월 일본 이세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원폭 피폭지 히로시마(廣島)에도 방문하도록 만든 것은 외교의 백미(白眉)라 할 만하다. 9월에는 발 빠르게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만나 ‘미일 동맹’을 재확인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4차례 정상회담을 한 끝에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베 총리가 12월 자신의 지역구에서 개최되는 러-일 정상회담에서 영토 반환 협상에 성공한다면 최대 외교 성과가 될 것이다.

 아베 총리 취임 후 외국인 관광객도 급증하고 있다. 사후면세점을 늘리고 비자 요건을 완화해 취임 당시 연 840만 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이 올 들어선 10월까지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내수 진작을 위해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를 일소하겠다”라며 일하는 방식 개혁에 매달리고 있다.

 특유의 ‘쇼맨십’도 국민에게 즐거움을 준다.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막식에 슈퍼마리오 복장으로 등장해 지지율이 62%까지 상승했다. 2012년 정권 출범 때와 같은 수치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탕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일본 정계에는 아베 1강(强)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번에 자민당에서 총재 임기 연장을 결정할 때 누구도 드러내 놓고 반대하지 못했을 정도다. 아베 총리는 현재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개헌까지 이룰 생각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아베#일본#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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