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총선, 해적당 ‘첫 집권의 꿈’ 물거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0일 18시 03분


29일 실시된 아이슬란드 총선에서 무정부주의를 지향하는 해적당이 예상보다 적은 득표율로 첫 집권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개표가 43% 진행된 현재 해적당은 14.5%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쳐 전체 63석 중 9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4년 전 5.1% 득표로 3석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진이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다. 좌파녹색당, 밝은미래당, 사회민주연합당 등 좌파 성향 3개당도 각각 10석, 5석, 3석을 얻을 것으로 보여 해적당 연합은 과반 의석수 차지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해적당은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18~21%를 얻어 1위 내지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2위를 하더라도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한 좌파녹색당, 밝은미래당, 사회민주연합 등과 합치면 과반이 넘는 의석수로 집권 세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반면 심판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집권당인 독립당은 지난 선거보다 2.4%포인트 높은 29.1%를 얻었다.

해적당의 돌풍이 예상됐던 건 부패하고 낡은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이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도 지난 4월 조세회피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로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총리가 사임하면서 내년 4월 예정된 총선을 6개월 앞당겨 실시된 것이다.

해적당은 지난 2012년 해커와 무정부주의자, 온라인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스스로를 '로빈 후드'라고 지칭하는 이들은 정부 투명성, 제도 개혁, 개인의 자유, 부패 척결 등을 내세워 30세 미만 젊은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경제성장률 4%, 실업률 2%로 회복된 경제를 이들이 이어나갈 국정운영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발목을 잡았다. 블룸버그통신도 경제적 안정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종 득표율이 이 상태로 유지될 경우 집권당과 야당 모두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정부 구성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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