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정벌레 이름을 ‘시진핑’으로 지은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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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출신 곤충학자가 자신이 최초로 발견한 딱정벌레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붙여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자국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검색창에서 이 벌레의 이름을 검색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1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체코 생명과학대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 출신 왕쳉빈 박사(32)는 지난해 중국 하이난 섬에서 학계에 등재된 적이 없는 곤충을 발견했다. 구슬을 꿴 듯한 더듬이, 딱딱한 등껍질이 특징인 0.7㎝의 작은 딱정벌레였다. 썩은 나무뿌리만 골라먹으며 지구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기특한 습성’을 보였다.

왕 박사는 바로 이 점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직자의 비리를 캐내고 엄벌을 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시 주석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썩은 것을 없애고 깨끗한 환경을 만든다는 것은 이 딱정벌레나 시 주석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왕 박사는 이 곤충에 ‘딱정벌레 시(xii)’라는 이름을 붙여 국제동물분류학회지에 소개했다. 논문에서 그는 “벌레의 이름은 시진핑 주석의 성씨 시(Xi)를 따라해 ‘시(xii)’라고 지었다”고 밝혔다. 중국어 이름은 ‘시스랑탸오지자(習氏狼條脊甲)’로 ‘시씨 성을 가진 딱정벌레’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와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와 인터넷 검색창에서는 현재 ‘딱정벌레 시’를 검색할 수 없다. 왕 박사의 연구결과를 보도했던 기사들도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 NYT는 “일부 중국인들은 ‘어떻게 감히 주석의 이름을 벌레에 가져다 붙이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유명 정치인의 이름을 곤충에 붙이는 것은 학계에선 흔하지 않은 일이다. 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름은 거미에,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이름은 달팽이에 사용된 적이 있다. 중국에서는 리더의 이름을 신성시하는 아시아적 가치가 남아있는 셈이다. 왕 박사는 NYT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나는 그저 곤충에 빠진 연구원일 뿐”이라며 “내 논문이 국가의 원수를 비하한 것처럼 비춰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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