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보호무역, 공화당 정책 ‘접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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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자유무역주의 포기… ‘美우선주의’ 정강 초안 마련
저소득 백인노동자 표심 겨냥
WSJ “콜로라도 등 주요 경합주… 히스패닉 유권자 사상 최다 전망”

공화당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자유무역 기조를 상당 부분 포기하고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의 보호무역 정책을 정강에 대거 포함했다. 민주당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주장을 반영해 기존 무역협정에 대한 재검토와 환율조작국에 대한 응징을 담은 정강을 마련함에 따라 11월 대선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미국 무역정책은 보호무역 기조로 급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과의 통상 마찰도 불가피해 보인다.

CNN에 따르면 공화당은 11일 트럼프의 핵심 노선인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무역협정 협상이 필요하며 상대국이 공정무역을 위반할 경우 대항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뼈대로 한 새 정강 초안을 마련했다. 공화당은 18일부터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정강을 확정한다.

공화당이 마련한 A4 용지 58쪽 분량의 정강 초안은 트럼프의 경제공약을 대거 담았다. CNN은 “공화당이 2012년 대선에서 마련한 정강에 비해 가장 큰 변화는 무역과 관련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를 거쳐 조지 부시 행정부에 이르러 완성된 공화당의 자유무역 이념이 확연히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로 바뀌게 됐다”고 지적했다.

초안에는 트럼프의 주장을 직접 인용해 “미국을 우선에 놓고(put America first) 무역정책들을 더욱 잘 협상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실렸다. 또 “기존의 무역협정에서 탈퇴하려고 해야만 협상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공화당 대통령은 무역에서 동등을 주장할 것이며 다른 국가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대항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았다. 트럼프의 대선공약을 사실상 거의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중산층 이하 백인 노동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정책을 급선회한 것이다. “상대방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협상력이 높아진다”는 트럼프의 평소 주장과도 맥이 닿아 있다.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의 재검토와 폐기를 주장했다. 공화당은 2012년 정강에서 적극 추진을 명시했고 지금까지 찬성해 오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반대 견해를 반영해 추진 여부를 명시하지 않았다.

또 트럼프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도 포함시켰다. 초안은 “최우선 순위로 멕시코와의 국경 전체에 장벽을 설치한다. 차량은 물론이고 사람의 통행도 막을 정도로 충분히 높아야 한다”고 적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선의 향배를 좌우할 주요 경합 주에서 트럼프의 장벽 설치 공약에 부정적인 히스패닉 유권자 수가 사상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대표적인 경합주인 콜로라도 플로리다 네바다 등에서 유권자 등록을 한 히스패닉 수가 크게 늘어 해당 주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히스패닉 유권자단체인 ‘파밀리아 보타’는 콜로라도를 포함한 6개 주에서 올해 히스패닉 12만 명이 유권자 등록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4년 전 대선 때보다 3만 명 늘어난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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