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P 취재금지” WP “언론의 자유 부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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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트럼프 검증팀’ 갈등 이어 ‘올랜도 테러 보도’ 놓고 정면충돌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가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 보도를 둘러싸고 워싱턴포스트(WP)와 다시 충돌했다.

트럼프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놀랄 만큼 부정확한 취재와 보도를 하고 있는 부정직하고 거짓된 언론사인 WP의 선거활동 취재 자격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WP에는 자신의 유세 취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WP가 13일 내보낸 온라인 기사 제목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이란 표현도 쓰지 않는 것을 이해 못한다.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고 무엇인가가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WP는 이를 온라인 기사로 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가 오바마 대통령이 올랜도 총기 테러와 연계돼 있음을 시사했다’는 제목을 붙였다. 제목을 못마땅하게 여긴 트럼프는 “난 오바마 대통령의 팬은 아니지만 이번 일은 WP가 얼마나 부정직한지 보여 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며 WP가 잘못 전했다는 것이다.

WP는 첫 기사 게재로부터 1시간 반 뒤 ‘도널드 트럼프가 오바마 대통령과 올랜도 총기 테러를 연관짓는 것 같다’로 제목을 바꿨다. WP는 트럼프 측 항의가 아닌 자체 판단에 따라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트럼프의 취재 금지 선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마틴 배런 WP 편집인은 성명에서 “WP의 취재 자격을 박탈한다는 트럼프의 결정은 자유 독립 언론의 역할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WP는 또 사설에서 트럼프의 조치를 자유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벌써 이런 경향을 보이는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통령 권력을 어떻게 휘두를지 상상해 보라”고 지적했다.

WP는 그동안 꾸준히 트럼프 반대를 주장해 왔다. 지난달엔 ‘트럼프 과거 검증팀’으로 불리는 특별취재팀까지 발족했다. 이 팀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당시 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을 물러나게 한 밥 우드워드 대기자가 지휘하고 있다. WP를 2013년 인수한 제프 베저스 아마존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잘 알려진 민주당의 거액 후원자다. 트럼프도 지난해 12월 베저스 CEO에 대해 ‘WP를 인수한 뒤 아마존의 세금 피난처로 활용하고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공개적으로 적대심을 드러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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