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호 강조한 차이잉원… 脫중국화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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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서 ‘92공식’ 거부이어 親中 ‘고교 학습지도’ 폐지조치
잇단 ‘대만화’로 양안냉각 가속
대만대표단 국제회의 퇴출 등… 中도 ‘하나의 中國’ 압박 본격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사진)이 20일 취임사에서 중국이 요구하는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 인정을 거부한 데 이어 대만 정체성 강화 교육 방침을 밝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중국이 외교력과 경제력을 총동원해 ‘차이잉원 길들이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전제로 대만의 국제행사 참석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외교적 압박에 나설 계획이다. 대만은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부 시절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옵서버로 가입해 활동해왔지만 중국이 강하게 반대하면 회의장에서 쫓겨날 수 있다. 이달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위원회에서 대만 무역대표단이 중국 측 반발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2008년 마잉주 총통이 집권한 뒤 ‘3차 국공합작’이란 말까지 나온 양안 간 경제협력도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420만여 명이었던 중국 관광객이 올 1월 차이 당선 이후 중국의 주요 국영 여행사에 쿼터 제한이 내려오기 시작해 3월에는 전년보다 10% 이상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양안 교역도 1∼2월 작년보다 10% 이상 줄어들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차이 총통 취임 직전 대만과 마주보는 푸젠(福建) 성 일대에서 대대적인 상륙작전을 벌인 데 이어 대만 담당 51집단군은 물론이고 남해함대 등 중국군이 대만 주변 연안에서 군사훈련을 강화할 가능성도 높다.

대만 정부는 국민당 마잉주 정부 때 개정돼 ‘중국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은 ‘고등학교 학습지도 요령’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중국시보가 22일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21일 오전 취임 후 첫 외빈 면담으로 팔라우공화국의 토미 레멩게사우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자국 정부를 ‘중화민국(中華民國·Republic of China) 정부’ 대신 ‘대만 정부’라고 표현했다. 대만 언론은 중국이 연상되는 ‘중화민국’이라는 국호 대신 ‘대만’을 사용한 것은 ‘탈중국화’ 행보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대만#차이잉원#92공식#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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