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가 18일(현지 시간) 11명의 대법관 후보군을 전격 발표했다. 2월 앤터닌 스캘리아 연방대법관 사망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메릭 갈랜드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장을 지명했지만 공화당이 “차기 대통령이 지명해야 한다”며 인준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가 대법관 후보군을 공개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차기 대법관 후보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임명된 윌리엄 프라이어 11구역 항소법원 판사, 다이앤 사익스 7구역 법원 판사 등 11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성명을 내고 “이 명단을 미국의 차기 대법관을 지명하는 가이드로 사용하겠다. 내가 가치를 매기는 헌법적 원칙을 대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윌리엄 프라이어 등 6명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 고등법원 판사들이고 나머지 5명도 각 주(州) 최고법원 판사로 일하는 현역들이다. 11명은 모두 백인이며 대법관의 산실인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 인사는 없다.
이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돈 윌렛 텍사스 주 대법관. 그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를 영화 스타워즈의 악당 ‘다스 베이더’에 비유해 ‘다스 트럼프(Darth Trump)’라고 불렀고 트럼프를 비판하는 시를 써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갈랜드에 대한 의회 인준이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만료(2017년 1월) 전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갈랜드 후보 지명은 철회된다. 그러면 트럼프가 공개한 후보군 가운데서 차기 대법관이 나오게 된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은 갈랜드 지명을 찬성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만약 11명의 후보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합의가 가능한 후보라고 말하는 민주당원이 있다면 아주 놀라운 일”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행보는 클린턴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버티기로 아직 본선 행보를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을 틈 타 ‘보수세력의 대선후보’라는 이미지 만들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CNN은 “대선후보가 대법관 후보군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트럼프가 보수 세력에 호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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