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큰손마저… 트럼프 손뗄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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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공화당원’ 석유재벌 코크형제… “트럼프, 나치정권 떠올리게 해”
민주당 힐러리 지지 가능성 첫 언급… 크루즈-케이식 ‘反트럼프연대’ 합의
“3곳서 후보단일화… 과반 막을것”, WP “트럼프 변신 속지말라” 맹공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전방위적인 협공이 본격화되고 있다. 공화당의 든든한 돈줄로 여겨졌던 큰손이 힐러리 클린턴으로 관심을 옮겨 가는가 하면 공화당 2, 3위를 달리는 후보들이 전략적인 제휴를 맺고 트럼프의 1등 질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화당의 핵심 ‘돈줄’이자 미 정치권의 가장 큰손인 석유 재벌 ‘코크인더스트리’ 공동 소유주 찰스(80)와 데이비드(75) 코크 형제는 재산이 858억 달러(약 98조5000억 원)이며 골수 공화당원이다. 이 형제가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찰스 코크는 24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공화당 경선 주자들보다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두 차례나 “그렇다”라고 답했다. 클린턴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되려면) 클린턴의 행동이 지금의 말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우리를 믿게 해야 한다. (지금은) 그런 식으로만 말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ABC방송은 코크 형제가 트럼프가 주도하는 공화당 경선 판에 화가 잔뜩 나 있다고 전했다. 찰스는 이날 인터뷰에서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상은 독일 나치 정권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반(反)오바마의 선봉에 섰던 코크 형제가 트럼프 때문에 민주당 지지로 돌아설 경우 공화당 대선 판에 큰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해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진영에 8억8900만 달러(약 1조203억 원)를 쓰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가운데 2, 3위 경선 주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이날 반트럼프 연대 구축에 합의했다. 이들은 긴급 성명을 통해 크루즈가 선전하는 인디애나 주 경선(5월 3일·대의원 57명)에선 케이식이 경선을 포기한 뒤 크루즈를 돕고, 케이식에게 유리한 오리건 주(5월 17일·28명)와 뉴멕시코 주(6월 7일·24명) 경선에선 크루즈가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시적 후보 단일화인 셈이다.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가 7월 전당대회 전에 과반 대의원(1237명)을 확보해 자력으로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힘을 합쳐 막아 보겠다는 것이다. 정치 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이달 18∼22일 3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자료에 따르면 승자 독식제가 적용되는 인디애나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39.3%이고 크루즈가 33.0%, 케이식이 19.3%다. 산술적으로 보면 두 사람이 합치면 트럼프를 꺾을 수 있다.

두 후보는 일단 남은 15개 주 경선 중 3개 주에서 연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첫 시험대인 인디애나 경선에서 크루즈가 이기면 연대하는 주가 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트럼프의 후보 등극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공화당 지도부가 크루즈-케이식 후보 단일화를 종용할 수도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진짜 도널드 트럼프를 기억하라. 대통령다운 태도로 그가 변신한다고 역사를 지울 수 없다’는 사설을 싣고 트럼프의 대선 후보 등극은 절대 안 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WP는 △미-멕시코 장벽 건설 △멕시코인은 강간범 △여성 비하 △9·11테러 당시 무슬림 환호 등 그동안 논란을 빚은 트럼프의 온갖 언행을 망라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공화당#트럼프#코크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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