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 1위 자랑하는 ‘유토피아’ 덴마크, 중동 난민엔 ‘지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1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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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자주 1위를 차지하는 나라. 복지와 인권보호 수준이 높아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유토피아’이라고 극찬한 덴마크가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중동 난민들에게는 ‘지옥’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최근 덴마크 정부는 난민 수용에 개방적인 스웨덴으로 가려는 난민들에게 차량을 제공한 자국민들을 ‘불법 인력 송출’ 혐의로 처벌하는 등 가혹한 난민 정책을 쓰고 있다. 스웨덴으로 가려는 난민들을 항구나 기차역 혹은 국경까지 데려줬다가 붙잡힌 덴마크인은 수백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3350달러(약 386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중에는 덴마크의 유명 작가이자 아동보호 운동가인 리스베스 조르니그도 포함돼 있다. 조르니그는 5살 쌍둥이 여자아이들이 포함된 시리아 난민 일행을 기차역까지 태워줬다. 갓난아기와 유아를 데리고 온 젊은 난민 부부를 스웨덴 국경까지 데려다 준 가난한 70세 노인도 처벌을 받게 됐다.

덴마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홀로코스트(나치 정권의 유대인 대학살)를 피해온 유대인들과 냉전 시절 옛 소련 지역에서 자유를 찾아 탈출한 이들을 적극 보호해줬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총선에서 중도 우파인 자유당을 중심으로 한 우파 연합이 승리하고 극우 성향인 덴마크국민당(DPP)이 제2당이 되면서 ‘반(反)이민, 반난민 정책’이 잇따라 채택 됐다.

덴마크 의회는 난민 관련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올 초 1만 크로네(약 176만 원) 이상의 현금과 물품을 지닌 난민들로부터 귀중품을 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망명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3년 이상 거주해야 고향의 가족을 불러올 수 있다. DPP의 피터 풀센 의원은 “덴마크로 오는 난민을 하나도 없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캐스퍼 한센 코펜하겐대 정치학과 교수는 “덴마크 국민들 사이에서도 ‘너무 많은 난민이 오고 있고 이들을 다 도울 수는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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