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에 관대한 유럽? 이젠 옛날 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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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2년 격론끝 ‘성매매 처벌법’ 통과… 성매수자 초범 ‘벌금 200만원’ 부과
‘성매매=서비스업’ 합법화 獨도, 강제 매춘女 성매수땐 징역형 추진
불법이민-인신매매 늘어 규제 나서… 매춘여성노조 등은 “생계위협” 반발

성(性)에 대해 자유롭고 관대한 것으로 알려진 유럽 각국이 성 매수자에게 단단히 칼을 뽑아들었다. 프랑스에서는 성 매수자 처벌 법안이 통과됐고 성매매가 합법화된 독일에서도 유사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6일 프랑스 하원은 성을 사는 사람에 대해 초범은 1500유로(약 197만 원), 재범은 3750유로(약 460만 원)까지 벌금을 물리는 성매매처벌법을 찬성 64표, 반대 12표로 통과시켰다. 새 법은 성을 판 여성은 처벌하지 않고 직업 교육과 구직 활동에 매년 480만 유로(약 63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성을 ‘파는 사람’이 아닌 ‘사는 사람’을 처벌하는 모델은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 채택해 왔다. 스웨덴은 1999년부터 성 매수자를 처벌하는 법안이 시행된 후 약 2500명이던 성매매 종사자들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동안 매춘을 범죄로 간주하지 않았던 프랑스에서 사실상 모든 성매매를 금지한 이 법안을 놓고 정치권은 최근 2년 동안 격론을 벌였다. 집권 사회당이 주도한 법안에 대해 우파 의원들은 “성 매수자를 범죄자로 만든다”며 반대했다. 우파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표결에도 대부분 불참했다.

법안을 발의한 사회당의 모 올리비에 의원(63·여)은 르몽드 인터뷰에서 “매춘은 폭력이다. 이 법안의 궁극적인 목표는 매춘을 뿌리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인 ‘보금자리운동(NID)’은 “성매매 시스템에서 고객을 경제적 강자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았던 역사적인 불의(不義)를 개선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프랑스 매춘여성 노동조합(STRASS)을 비롯해 에이즈 예방단체, 의료봉사단체 등 10여 개의 사회단체와 유명 인사들은 이 법에 반대해 왔다. 새 법이 시행되면 매춘이 인터넷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확산돼 성매매 여성의 건강이 위험해지고 포주에 대한 경찰 감시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프랑스 하원 앞 광장에서는 “정식 체류증과 거주지, 수입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매춘을 멈출 수 있겠는가”라며 새 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의 매춘 여성은 3만∼5만 명으로 이 중 80% 이상이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성매매가 합법인 독일 정부도 이날 인신매매 등으로 강제 매춘에 동원된 이들의 성을 매수하면 최장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법률안에는 강제 매춘 사업주에 대해 최장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내용도 담겼다.

독일은 2002년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정 때 성매매를 ‘서비스업’으로 규정해 합법화했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독일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서는 성매매자도 세금을 내며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는다. 이후 독일은 각종 범죄와 인신매매가 횡행하는 ‘성매매 천국’이 됐다고 시사주간 슈피겔이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이 동유럽과 아프리카 등 외국에서 불법 이민 여성들이 몰려들어 인신매매 범죄가 늘어나자 성매매 합법화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31일 성을 산 사람과 판 사람을 모두 처벌하는 성매매 처벌법이 합헌이라고 결정 내렸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성매매#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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