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려오는 샌더스… 선거모금액, 힐러리 제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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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달간 4400만달러 모아… 힐러리는 2950만달러 그쳐
시민단체 “풀뿌리 열망, 식지 않아”… WSJ “힐러리 끝까지 물고늘어져

“긴급공지! 3월 모금액에서도 우리가 졌습니다. 아직 클린턴의 승리가 확정된 게 아닙니다. 그녀를 백악관에서 보고 싶다면 1표, 1달러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 캠프는 4일 지지자들에게 이런 간절한 호소를 담은 e메일을 돌렸다. 클린턴이 경선에선 크게 이기는데도 돈은 2위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사진)에게 점점 더 쏠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샌더스는 3월 한 달 동안 4400만 달러(약 506억 원)를 모은 반면 클린턴은 2950만 달러(약 339억 원)를 모금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올해 1∼3월 월별 모금액에서도 샌더스가 클린턴을 계속 눌렀고, 그 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메인 주 콜비대의 앤서스 코라도 교수(행정학)는 “통상 당내 경선 1위 후보에게 점점 더 많은 돈이 몰리는 게 일반적이다. 샌더스 현상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확보한 선거인단 수에서는 1712명 대 1011명(샌더스)으로, 선거자금 모금 총액에서는 2억2400만 달러(약 2576억 원) 대 1억4000만 달러(약 1610억 원)로 크게 앞서 있다. 샌더스가 클린턴을 역전하려면 남은 모든 경선에서 득표율 75% 이상의 압도적 승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 개혁 시민단체들은 “샌더스의 승리가 물 건너갔다는 현실도 샌더스의 정치혁명을 지지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세력의 열망을 잠재울 순 없다”고 평가했다. 샌더스 캠프 측은 “1인당 평균 기부액은 27달러(약 3만1050원)에 불과하고 모금액의 97%가 온라인 성금”이라고 밝혔다. ‘200달러 이하’ 기부자 비중은 56%로 2008년 소액 기부 열풍을 일으킨 버락 오바마 대통령(28%)보다 훨씬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현재 클린턴 캠프의 소액 기부 비중은 21%. WSJ는 “샌더스는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고 ‘대기업과 로비스트의 돈에 휘둘리는 워싱턴 정치를 뒤엎겠다’고 외쳐 왔다. 지지자들은 그 다짐을 끝까지 후원하겠다고 한다. 이 식지 않는 샌더스 열풍이 클린턴을 끝까지 피곤하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샌더스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경선 승리보다는 소득 불평등, 정치 개혁 이슈를 제기하는 데 선거운동의 의미를 더 뒀던 것 같다. 그러나 소액 기부가 폭발하면서 올 초에야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샌더스조차 풀뿌리 민주주의 세력의 기대와 호응이 이렇게 뜨겁고 계속될 것이란 걸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란 얘기다. 샌더스 캠프 관계자들은 “샌더스가 한 경선 지역에서 이기면 계속 이기라고 후원하고, 지면 다음 경선에서 승리하라고 후원금이 밀려오는 상황이다. 많은 지지자가 샌더스가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샌더스 열풍의 기저엔 ‘워싱턴 정치가 극소수의 가진 자들만을 대변한다’는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샌더스는 “나는 클린턴과 달리 표를 돈으로 사는 슈퍼팩(대형 정치자금 모금 조직)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힐러리#샌더스#선거모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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