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라울과 ‘파도타기 응원’… 美-쿠바, 야구로 통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오바마, 역사적 쿠바방문 마무리
MLB-쿠바 대표팀 친선경기 관람… 흑인 첫 메이저리거 부인도 참석
오바마, TV생중계 연설 통해… 민주주의-인권개선 재차 강조

22일 오후 쿠바 아바나의 라티노아메리카노 스타디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미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야구 국가대표팀의 친선 경기를 보러 입장하자 1만여 명이 들어찬 관중석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섭씨 30도가 넘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두 정상은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선글라스를 낀 차림이었다. 단순한 야구 경기 이상이었다. 미 상업 스포츠의 상징인 메이저리그 야구단과 쿠바의 국기(國技)인 야구 국가대표팀의 친선 경기를 통해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려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스트로 의장에게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던 재키 로빈슨의 부인 레이철 여사를 소개했다. 곁에는 뉴욕 양키스의 간판 유격수였던 데릭 지터 등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선수들이 함께해 쿠바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관중과 함께 ‘파도타기’ 응원도 한 뒤 3회까지 경기를 보고 야구장을 떠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관람 도중 미 스포츠채널 ESPN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쿠바로 여행을 가 쿠바인들과 생각과 문화를 공유한다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장을 찾은 대학생인 기예르모 곤살레스 씨는 AP통신 인터뷰에서 “미국과 쿠바의 재결합을 축하하는 놀라운 장면”이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경기는 미국이 쿠바를 4 대 1로 이겼지만 점수에 연연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바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에서 대중 연설을 하고 전날 정상회담에 이어 정치적 자유 확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국민은 자기 생각을 가슴에만 두지 말고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말해야 하며 민주주의를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러분의 지도자를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 법은 표현의 자유 등과 같은 권리를 행사하려는 사람들을 임의로 구금해서는 안 된다”며 쿠바 정부의 인권 개선 노력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형제에 비유하며 유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두 나라는 유사한 식민지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같은 피를 나누었지만 오랜 세월 사이가 멀어진 형제 같다”고 했다. 이날 연설장에는 카스트로 의장과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 등이 함께했으며 연설은 쿠바 전역에 TV로 생중계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쿠바 방문을 마치고 다음 순방지인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라울#야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