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포청천’ 모루 판사, 룰라-호세프 ‘들었다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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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전격 체포했다 풀어주고… 호세프-룰라 통화, 언론에 공개
WSJ “최고권력에 도전… 국민 환호”

브라질 전·현직 대통령과 핵심 권력자들에 대한 비리를 파헤치고 있는 40대 판사가 축구스타 못지않은 영웅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부패의 사슬을 끊기 위해 최고 권력에 당당히 도전한 ‘브라질판 포청천’의 등장에 삼바 축구의 나라 브라질 국민이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비리 수사를 이끌고 있는 남부 파라나 주 연방법원의 세르지우 모루 판사(44·사진). 모루 판사는 4일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전격 체포했다 풀어준 데 이어 16일에는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의 전화통화 감청 내용을 그대로 언론에 공개했다. 호세프가 룰라를 수석장관에 임명해 비호하고 본인의 부패 혐의도 덮으려던 의도를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호세프는 “전직 대통령도 (통화내용의 비밀보장이라는)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데 무슨 수사 정의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모루 판사는 “국가 최고지도자라도 범죄 혐의가 있는 통신자료까지 비밀을 보장하는 특전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받아쳤다.

모루 판사는 경찰을 지휘하고 영장을 발부하며 이번 부패수사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1998년 하버드로스쿨에서 특별프로그램을, 2007년 국무부 지원으로 3주 과정의 미래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는 등 미국의 부패수사 및 사법 시스템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그의 측근은 “범인을 잡는 데만 관심이 있는 꼴통(nerd)”이라고 평가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대 일부는 ‘모루를 차기 대통령으로’라는 피켓까지 들고 나오지만 모루에 대한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사건을 법률적으로 다루지 않고 여론을 등에 업은 채 정치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18일 룰라 전 대통령의 수석장관 임명을 유예하고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으라고 명령했다. 전날 지역 연방법원 판사들이 장관 임명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을 내리자 상급법원인 연방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을 또다시 뒤집은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브라질#모루#판사#룰라#호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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