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루비오… 지금 필요한건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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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경선서 지면 중도하차 불가피

“기적을 기대합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후보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5·플로리다·사진)의 지지자들은 14일 방송 카메라 앞에서 기도하듯 이렇게 말했다. 2010년 30대의 나이에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되며 ‘보수주의 신세대 스타 정치인’으로 커왔던 루비오가 정치적 발판인 플로리다 무덤에 묻힐 위기에 처했다. 15일 경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중도 포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더이상 경선을 이어갈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도 비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공동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70)에게 21%포인트 차로 뒤져 있다(트럼프 43%, 루비오 22%). CNN은 “플로리다 경선이 루비오에겐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이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초선 상원의원인 루비오는 경선에 출마하면서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의 정치생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는 걸까. 루비오는 이날 유세 때마다 “나를 인신공격하는 트럼프를 같은 방식으로 공격한 걸 후회한다. 내 아이들과 젊은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 내가 지든 아니든 나를 본보기로 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루비오는 트럼프가 ‘(키 작은) 꼬마’라고 공격하자 “트럼프처럼 손이 작은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반격했다.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대세론’이 저지될 확률이 낮아지면서 공화당 주류와 보수 언론의 관심은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64)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WSJ, NBC 조사에 따르면 플로리다처럼 승자독식 방식이 적용되는 오하이오에서 케이식(39%)은 트럼프(33%)를 6%포인트 앞서고 있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등이 “트럼프의 독주를 막을 최선의 후보는 케이식”이라며 지지 선언을 하고 있다. WSJ는 사설에서 “루비오가 지고, 케이식이 이기면 케이식은 끝까지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텍사스), 케이식이 경쟁하는 3자 구도가 트럼프의 선거인단 과반 확보(2472명 중 1237명)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설명이다. WSJ는 “크루즈는 ‘트럼프와 일대일로 붙고 싶다’고 말하지만 남아 있는 코네티컷, 메릴랜드, 뉴저지, 뉴욕,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경선지역은 강경 보수 크루즈보다 중도 온건파 케이식이 더 유리한 지역들”이라고 분석했다. 경선 1위 후보가 선거인단의 절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의원 2472명이 모여 현장 투표로 최종 후보를 가리게 된다. 그러나 미 언론은 “트럼프가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두 곳 모두에서 승리하면 게임은 끝난다”고 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루비오#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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