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몰표 힐러리 “3월 1일 끝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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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압승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이 미 최초 여성 대통령이라는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클린턴은 27일(이하 현지 시간) 민주당 대선 레이스의 4차 관문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득표율 73.5%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26%)을 압도했다. 무려 50%포인트 가까이 벌어진 수치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이 샌더스를 궤멸(rout)시켰다”고 보도했다.

클린턴의 압승은 이곳 민주당 유권자의 52%를 차지하는 흑인 표심을 제대로 공략한 덕택이다. ABC 출구조사 결과 이들 중 87%가 클린턴을 지지했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2008년 경선에선 클린턴(20%)을 제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79%)에게 몰표를 던진 이들이 바로 흑인들이었다.

AP통신에 따르면 클린턴은 흑인, 여성, 25세 이상 유권자 집단에서 샌더스를 앞질렀다. 모든 학력과 소득계층에서 클린턴이 앞섰다. 샌더스는 25세 미만 집단과 무당파 집단에서 이겼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이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계승자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 승인(勝因)이 됐다고 보도했다. ABC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유권자 10명 중 7명은 차기 대통령이 오바마 정책을 이어가길 원하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선 클린턴이 이곳에서 흑인 표심을 사로잡은 게 향후 민주당 경선에서 중대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본다. 전체 대의원의 20% 안팎이 결정되는 다음 달 1일 민주당 ‘슈퍼 화요일’ 경선 11개 주의 상당수가 흑인 유권자가 강세인 남부에 포진하고 있다. 텍사스 조지아 앨라배마 테네시 등이 대표적이다. 클린턴은 압도적인 여론조사 우위에도 불구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 ‘다걸기’했다. 미 공영 라디오방송 NPR는 “흑인 표심을 장악했음을 전국적으로 확인시켜 상승세를 ‘슈퍼 화요일’로 이어가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클린턴은 이날 승리 후 주 전선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시되는 도널드 트럼프(70)와의 대결로 옮겼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듣지만, 미국은 위대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미국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벽을 만드는 대신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고도 했다. 트럼프의 선거 구호와 핵심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제 시선은 14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 국외 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동시에 양당 경선이 실시되는 ‘슈퍼 화요일’에 쏠린다. 미국 민심을 대변하는 주들이 이날 한꺼번에 경선을 치른다.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린 텍사스(민주 252명, 공화 155명)는 히스패닉, 대표적인 남부 거점인 조지아(민주 116명, 공화 76명)는 백인 보수층과 흑인 표심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매사추세츠(민주 116명, 공화 42명), 버지니아(민주 110명, 공화 49명) 등은 미국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미국의 정신’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민주당은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대의원 과반수인 2383명 가운데 1015명, 공화당은 1237명 가운데 595명이 이날 확정된다.

현 판세는 민주당은 클린턴, 공화당은 트럼프가 압도적인 우위다. 정치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클린턴은 텍사스 버지니아 조지아 아칸소 앨라배마를 포함해 9개 주에서 확실한 우세다. 트럼프도 버지니아 조지아 오클라호마 등 주요 9개 주에서 앞서고 있다.

민주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압승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샌더스는 급격히 세가 꺾였다. RCP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 주 한 곳에서만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열세 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를 포기하고 슈퍼 화요일에 매진했던 샌더스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패배 후 “정치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풀뿌리 유권자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대선#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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