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국 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은 흑인 유권자의 87%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에게 표를 던져 참패했다. 앞서 20일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에서도 흑인 유권자의 76%가 클린턴에게 몰표를 줘 샌더스 돌풍의 기세를 한풀 꺾어 놨다.
네바다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연패하면서 미국의 첫 유대인 대통령, 사회주의자 대통령의 가능성을 높여가던 샌더스는 이제 초조하게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슈퍼 화요일’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와 뉴욕타임스는 샌더스의 이날 경선 패배가 그의 정치적 약점을 생생히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전략전문가인 더그 도넬은 “남은 경선 지역은 (샌더스가 승리했던) 뉴햄프셔 주 같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인식해야 한다”며 “샌더스는 다양한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샌더스가 젊은층과 백인 유권자라는 핵심 지지계층을 넘어서는 표의 확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가 경선에서 압승을 거뒀던 뉴햄프셔(60.4% 대 39%)나 클린턴에게 아깝게 졌던 아이오와(49.9% 대 49.6%) 주는 유권자의 94%가 백인인 지역이다. 이에 비해 네바다는 유권자의 13%, 사우스캐롤라이나는 52%가 흑인이다. 그가 유권자의 95%가 백인인 버몬트 주에서만 40년간 정치활동을 해 흑인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법을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샌더스는 슈퍼 화요일의 민주당 경선 주 11곳 가운데 흑인 유권자 비중이 작은 버몬트,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오클라호마 주에서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그의 지역구인 버몬트에서 압승이, 매사추세츠에서 혼전이 예상될 뿐 나머지 지역에선 클린턴의 우위가 점쳐진다.
대패가 예상됐던 이날 샌더스는 일찌감치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떠나 반격의 기대를 걸고 있는 미네소타 주 로체스터로 날아갔다. 이곳 유세에서는 이날 경선 결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공립대 등록금 무료와 경제 불평등 완화 같은 핵심 공약을 되풀이한 뒤 “클린턴은 나와 달리 슈퍼팩(대형 정치자금 후원조직)의 돈을 받고 대형 은행과 친한 후보”라고 비판했다. 이어 “클린턴은 골드만삭스에선 한번에 22만5000달러(약 2억8000만 원)를 받고 몇 차례 연설했다. 한번에 22만5000달러라면 매우 훌륭한 연설일 것”이라고 비꼬며 연설문 공개를 요구했다.
그는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를 향해서도 “최저임금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그의 주장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그리고 “우리는 트럼프를 패배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인은 멕시코 사람, 무슬림, 여성, 흑인 등 트럼프처럼 말하지 않는 누구라도 모욕하는 대통령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샌더스는 “미네소타의 투표율이 높으면 우린 이길 것이다”라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정치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한 자료에 따르면 미네소타 코커스에서 샌더스의 예상 지지율은 28.5%, 클린턴은 54.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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