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었어요, 엄마” 백발 모녀 82년 만에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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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2월 5일 1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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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WBNG 유투브 화면 캡처
사진 출처=WBNG 유투브 화면 캡처
생후 6개월 만에 생이별한 딸과 어머니가 82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일생일대의 재회를 4일(현지시간) 피플 등 여러 외신이 전했다.

지난 1월 15일 뉴욕 빙엄턴 공항, 레나 피어스(96) 할머니는 초조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렸다. 공항 출입문을 열고 백발의 여성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엄마.” 십대 시절 떠나보낸 모렐 모렐(82)이었다.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긴 시간이 지나고, 우리가 서로를 붙잡았구나.”

1933년 2월 11일 열네 살 소녀였던 피어스 씨는 예쁜 아기를 하나 낳았다. 그는 아기에게 ‘에바 메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남편은 없었다. 갑작스러운 임신 후 남편(24)과 잠시 같이 살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가 레나 할머니를 버리고 떠나 버린 것. 1932년 11월 당시 법에 따라 남편은 임신한 아내를 책임지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형무소에 갔다.

에바가 6개월이 되자, 뉴욕 주 당국은 아기를 소녀에게서 강제로 빼앗아 갔다. 피어스 씨가 너무 어려서 아기를 키울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일곱 아이를 낳았지만, 피어스 씨의 마음 한쪽에는 늘 어린시절 떠나보낸 그 아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아기가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찾을 방법이 없었다.

에바는 아기가 없는 부부의 집에 입양됐다. ‘베티 모렐’이라는 새 이름도 받았다. 어린 시절 이웃집 아이가 ‘입양아’라고 놀리는 걸 듣고 어머니에게 물었지만, “네 생모는 이미 돌아가셨다”라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

모렐 씨가 21살이 됐을 때 양부모가 모두 사망해 다시 혼자가 됐다. 가슴 속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모 한 분이 ‘에바’라는 그의 본명을 얘기했다. 이것이 단서가 돼 태어난 병원을 찾고, 출생증명서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입양기관에는 부모의 사연과 눈 색깔, 머리카락 색 같은 정보만 남아 있었던 것.

세월이 흐르고 손녀 킴벌리 미치오 씨가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됐다. 열두 살부터 할머니의 가족을 찾았던 미치오 씨는 마침내 지난해 9월 혈통 찾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할머니의 이부자매 밀리 호크 씨와 연락이 닿았다.

할머니의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소식에 미치오 씨는 깜짝 놀랐다. 당사자인 모렐 씨도 놀라간 마찬가지였다. “엄마를 찾았어! 여동생도!”

‘그 아기’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을 들은 피어스 씨는 주저앉아 오열했다. “실은 수년 간 네 언니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단다.” 딸 호크 씨에게 속내를 털어놨다. 호크 씨는 abc뉴스에 “엄마는 한 순간도 언니를 잊은 적이 없어요. 항상 ‘내 아가, 에바 메이’라고 하셨죠”라고 말했다.

1월 감동적인 공항 재회 후 모렐 씨는 새로운 가족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호크 씨와 남편은 다음 달 모렐 씨를 만나러 플로리다에 온다.

모렐 씨는 “제 나이나, 어머니 나이에나 많지 않을 경험”이라며 “내 생애 가장 멋진 일이 일어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손녀 미치오 씨는 “이 일은 내겐 너무 소중한 가족사의 일부분이고 이 이야기가 미래 먼 후손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고 피플에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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