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트·루·오’ 뉴햄프셔의 혈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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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美 대선]

미국 공화당 대선 레이스가 1∼3등이 서로 물고 물리는 ‘삼발이(tripod)’ 형국으로 접어들고 있다.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27.7%)이 도널드 트럼프(24.3%)를 눌렀고,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23.1%)은 3위를 차지했지만 이들의 표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트럼프가 더 큰 지지율 격차로 앞서왔기 때문에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9일)에선 판세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2일 공개된 아메리칸리서치그룹(ARG)의 뉴햄프셔 조사에선 트럼프 34%, 크루즈 10%, 루비오 11%로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앞섰다.

트럼프는 2일 새벽 보잉757 전용기를 타고 뉴햄프셔 맨체스터로 날아갔다. 아이오와 패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짜증스러운 표정의 트럼프는 지지자들이 모여들자 금세 미소를 지으며 즉석에서 55분 동안 독설이 가득 찬 유세를 이어 갔다. 그는 크루즈에 대해 “아이오와 선거 과정에서 치사한 짓을 많이 했다. 그는 비열한 인간”이라고 쏘아붙였다. 루비오에 대해서도 “왜 (폭스뉴스 같은) 주류 언론이 루비오 같은 친구가 승리했다고 치켜세우는지 모르겠다. 나는 2등인데 그는 3등”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새벽 뉴햄프셔 윈덤으로 이동한 크루즈는 아이오와에서 재미를 봤던 저인망 표밭갈이에 나섰다. 한 교회를 찾은 그는 이 지역이 미 독립운동의 진원지라는 점을 파고들며 “이 지역의 모토가 ‘자유 아니면 죽음을’인데 내가 추구하는 용감한 보수주의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에 대해선 “수개월 동안 내가 자기 친구라고 하더니 내 지지율이 오르자 (캐나다 태생이라는 내 출신을 문제 삼아) 나를 ‘앵커 베이비(원정 출산으로 낳은 자식)’로 부르고 있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상승세의 루비오도 이날 오전부터 뉴햄프셔 맨체스터의 식당을 돌며 아침 식사를 하던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제 나는 트럼프든 크루즈든 누구와의 정면 대결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지자가 쿠바계인 그에게 쿠바산 시가를 선물로 건네자 “지금 말고 9일 경선에서 승리를 만끽하며 피울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루비오는 극단적인 크루즈와 막말꾼 트럼프 모두 못마땅했던 공화당 주류층이 군소 주자들의 경선 포기를 종용해 자기에게 표를 몰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군소 주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크루즈(46)와 루비오(45) 모두 대통령이 될 만한 인생 경험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이건 대통령을 뽑는 선거지, 학생회장 선거가 아니다”라며 루비오를 견제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공화당#미국#뉴햄프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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