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제금융계의 큰손 조지 소로스가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를 제기한 이후 미국 헤지펀드들이 위안화 약세 쪽에 베팅을 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중국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 “미국 헤지펀드들이 중국 위안화 공격을 개시했다”며 “일부 대형 헤지펀드들이 위안화 약세에 베팅을 늘리면서 월가와 중국 간에 (환율)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인 ‘헤이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카일 배스 대표는 최근 위안화와 홍콩달러 등 아시아 통화 약세 베팅에 집중하려고 주식과 원자재 채권을 대부분 팔아치웠다. 헤이먼 포트폴리오의 85%가량이 ‘앞으로 3년간 위안화와 홍콩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수익을 내는 거래’에 투자됐다. 이 회사의 아시아 통화 약세 베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주택시장 약세 베팅 이후 최대 규모라고 WSJ는 보도했다. 배스 대표는 앞으로 3년간 위안화 가치가 최대 40%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에 승부를 걸었다.
억만장자 트레이더인 스탠리 드러컨밀러와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비드 테퍼도 위안화 약세에 투자하고 있다. 또 그린라이트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도 위안화 약세와 연계된 옵션을 갖고 있다. 드러컨밀러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소로스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였던 환투기 전문가다.
‘헤지펀드 귀재’ 소로스가 중국 경제 경착륙론을 제기한 것은 지난달 21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다. 소로스는 “중국의 경착륙은 불가피하다”며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가치 하락에 베팅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파문이 확산됐다.
이후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이 나서 소로스를 정면 비판했다. 관영 런민(人民)일보는 “소로스가 중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선언했고, 신징(新京)보는 “소로스는 자본주의의 악당”이라며 비난했다. 환추(環球)시보는 “소로스가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의 하락에 베팅한 것은 고령으로 인해 분간을 못 하거나 중국 경제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신화통신은 나아가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꾼들은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의 강한 경고에도 헤지펀드들이 중국을 공격하는 것은 중국 경제에 그만큼 부실이 많기 때문이다. 헤이먼캐피털은 지난해 중국 은행의 부실 대출과 급속히 늘어나는 부채를 확인하고 위안화 가치 하락에 베팅을 시작했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9%로 25년 만에 최저치였다. 외환보유액은 3조3000억 달러로 1년 만에 7000억 달러나 빠져나갔다. 외환보유액을 깎아 먹으면서까지 위안화 약세 방어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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