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손 떨리고 있었다”…산케이, 가토 前지국장 수기 게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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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서류묶음이 1미터 정도 쌓인 쇼핑카트를 무겁게 끌면서 법정에 나타나 검사의 책상 위에 툭, 툭 소리를 내며 놓았다.…변호사가 귓가에 속삭였다. ‘저건 허세에요. 검찰이 이렇게 조사했으니 각오하라는 퍼포먼스입니다.’…개정 후 허세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기소 사실이 기재된 문서를 들고 있는 고○○ 검사의 손이 크게 떨리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 무죄 판결을 받은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31일 산케이신문 1면에 쓴 수기의 일부다. 이날 산케이신문은 ‘이상한 법정, 떨리는 검찰의 손’이라는 제목으로 가토 전 지국장의 수기를 게재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2014년 11월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던 첫 공판의 풍경을 묘사했다.

“고발한 (한국) 남성들이 소리를 지르고, (좌석이 꽉 차) 40명이 서서 지켜봐야 했을 정도로 이상한 법정 분위기에 압도된 것일까. 박 대통령의 안색을 본 법무부, 검찰 간부가 힘든 사건을 공판까지 책임지라라고 해서일까. 두려운 것은 전부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고 검사에 대해 “새끼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8개의 손가락으로 리드미컬하게 조서를 작성하는 모습에서 프라이드가 높고 신경질적인 성격을 느꼈다”며 “하지만 첫 공판에서 본 것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고 검사의 떨리는 손은 이후 검찰의 곤경을 상징하는 것으로 기억됐다”고 썼다.

가토 전 지국장은 2014년 8월 7일 출국 금지와 10월 8일 기소 사실 등을 직접 통보하지 않고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한 것을 ‘검찰의 흔들기’로 규정했다. 그를 정신적으로 몰아붙여 사죄를 이끌어내고, 기사를 취소하게 해 산케이신문의 신용을 실추시키는 시나리오가 있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민사상 형사상 법적 책임을 철저히 추궁하겠다’는 발언으로 나를 위축시키고 검찰에 소환하고 조사해 으름장을 놓으며 사죄 의사를 확인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조기 사죄를 끌어내는 것이 어렵다고 본 한국 측은 (2014년) 9월 말부터는 ‘유감’이라는 말을 끌어내는 전술로 돌아섰다”고 썼다. 국제사회에서 이번 사태를 ‘정권을 비판한 외국 특파원에 대한 탄압’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측이 하루빨리 상황을 전환해야 했다는 것이다.

가토 전 지국장에 따르면 이후 자신과 산케이신문 경영진에게 “빨리 사과해 버리면 어떤가”, “유감이라는 말도 표명 못 하는가”라는 제언과 조언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는 그 사례로 △청와대와 관계가 있는 한일관계 전문 학자가 휴일 아침 전화해 “한일관계 악화가 걱정된다. 유감 정도 표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청와대도 치켜들었던 주먹을 내려놓을 타이밍을 찾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신문사를 퇴직한 선배가 20년 만에 연락을 해 “회사를 사직하고 유감을 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

그는 “몇 번이나 자신에게 물었지만 결국 사죄,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중도에 타협하지 않은 않았기 때문에 무죄가 되었다고 확신한다”고도 썼다. 또 “용의자, 피고인에서 무죄가 되기까지 500일 동안 박근혜 정권과 한국 검찰을 지켜봤다. 거기에는 스스로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한국의 모습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가토 전 지국장의 이 같은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한국 검찰 측은 ‘대응할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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