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아키히토 일왕 건강이상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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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참석한 행사 절차 틀리고… 30분전 일어난 일 잊어버리기도

지난달 25일 일본 도야마(富山) 현 이미즈(射水) 시에서 열린 ‘제35회 전국 풍요로운 바다 만들기 대회’에서 아키히토(明仁·사진) 일왕의 건강 상태를 의심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주최자인 요코야마 사카에(橫山榮) 도야마 현의회 의장이 폐회를 선언하기 직전 일왕이 오른손을 들어 그를 부르더니 “최우수 작문 발표가 끝났나요”라고 물은 것.

불과 30분 전 작문 발표를 직접 지켜보고 박수를 쳤던 일왕이었기에 당황한 의장이 “끝났습니다”라고 하자 일왕은 그제야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상 위의 대화를 들을 수 없었던 행사 참석자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요코야마 의장은 서둘러 폐회를 선언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궁내청 출입기자들이 설명을 요구하자 궁내청 담당자는 “혹시나 해서 다시 확인하신 것”이라고 했다. 이 소식은 구전(口傳)으로 떠돌다가 8일 도쿄신문과 시사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 최신호(11월 12일 자)에 실리면서 전말이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위기이다. 이날 행사는 아키히토 일왕이 왕세자 시절이던 1981년부터 참석한 행사였고, 식순은 전례를 그대로 따랐다. 여기에 최우수상을 받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일왕의 면전에서 큰 목소리로 “방어(방魚·바닷물고기)는 다른 현에는 없는 도야마 현의 보물”이라고 말해 관람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함께 웃으며 직접 박수까지 쳤던 일왕이 30분 사이에 발표 사실 자체를 잊어버렸다는 게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왕은 82세로 고령인 데다 비슷한 소동이 올해 8월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도 벌어졌다. 당시 추도식 때에는 정오에 시보가 울리면 참석자 전원이 1분 동안 묵념한 뒤 일왕이 추도사를 읽게 돼 있었는데 올해는 시보가 울리자마자 원고를 읽어버린 것. 지금까지 작은 일탈도 없이 수십 년 동안 엄격하게 전통을 지키던 일왕이었기에 ‘충격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일본 언론은 아직까지 보도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도쿄신문은 8일 외부 기고를 통해 “이런 일을 어떻게 보도할지 이번 계기에 솔직히 논의해 보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언했다. 일왕의 건강 상태는 공공의 이슈이고, 아키히토 일왕 스스로도 그동안 자신의 병을 감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왕#아키히토#건강이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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