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세습왕조’ 꿈꾸는 21년 독재 벨라루스 대통령

전승훈특파원 입력 2015-10-13 03:00수정 2015-12-12 06:2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선 승리… 집권 5년 연장
10세 막내아들 공식행사 동행… “25년 더 집권하고 세습” 메시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벨라루스에서 21년째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61)이 11일 치러진 대선에서 또 당선됐다. 이로써 그는 1994년부터 2020년까지 총 26년간 독재 정권을 유지하게 됐다.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83.49%를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투표율은 86.75%였다. 야권 후보들은 한 자리 지지율에 머물렀다.

고국인 벨라루스의 독재를 비판하다가 10년간 망명생활을 했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는 대선 전날 “모든 선거는 루카셴코의 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독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결국 그의 예상대로 루카셴코가 집권 기간을 5년 더 연장했다.

루카셴코는 1994년 초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임기를 늘리고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며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했다.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 루카셴코를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주요기사
특히 2012년에 치러진 벨라루스 총선에서는 여당 의원들만 100% 당선돼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2011년부터 벨라루스를 제재해 왔으며,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폐회식에서 루카셴코의 참석을 거부했다.

루카셴코는 또한 ‘북한식 세습 왕조’도 꿈꾸고 있다고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11일 보도했다. 루카셴코는 11일 대선 투표소에 금발의 아들 니콜라이(10)와 함께 나타났다. ‘콜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막내아들은 2008년 당시 4세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군사령관 복장을 하고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해 왔으며, 공식 외교 방문에도 동행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만나기도 했다. 니콜라이는 최근에는 중국의 전승기념일 열병식에도 참석했으며, 미국에서 열린 유엔총회에도 참석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벨라루스의 헌법에는 최소 35세가 돼야 대통령이 될 수 있어 니콜라이가 권력을 물려받으려면 25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 앤드루 윌슨 EU 외교위원회 연구원은 “루카셴코가 종신(終身) 집권한 후 북한처럼 권력을 세습하겠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루카셴코는 푸틴 대통령과 ‘강한 지도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푸틴 대통령이 2013년 시베리아 강에서 21kg짜리 월척을 낚았다고 발표하자, 루카셴코는 “나는 57kg짜리 메기를 낚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루카셴코는 올 4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가 아니다. 푸틴은 나보다 더하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루카셴코는 지난해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 시 러시아를 비난하는 등 서방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EU는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북한#벨라루스#독재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