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어린이 또… 끝없는 ‘알란의 비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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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5세 소녀 난민선 뒤집혀 숨져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국경통제… 오스트리아로 하루에 1만명 몰려
23일 EU 특별정상회담 개최

내전과 이슬람국가(IS)의 박해를 피해 유럽으로 향하던 시리아 난민 어린이의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일 터키에서 그리스로 건너가려던 난민선이 레스보스 섬 북쪽에서 가라앉아 5세 시리아 소녀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스 해안 경비대는 레스보스 섬을 출발했다가 난파한 이 난민선에서 10여 명을 구출했으나 숨진 소녀 외에 14명가량이 아직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전날 발생한 난민 보트 전복사고로 숨진 4세 여아의 시신도 터키 서부 이즈미르 주(州)의 에게 해 해안으로 떠밀려왔다. 유럽으로 가려다 지중해와 에게 해에서 숨진 중동 아프리카 출신 난민은 올해 들어서만 2600여 명에 이른다.

헝가리와 크로아티아 등 난민 주요 이동 경로에 있는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하자 유일하게 국경이 열린 오스트리아로 난민이 몰려드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3일부터 세르비아에서 모두 2만 명의 난민이 들어온 크로아티아도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슬로베니아도 난민에게 최루가스를 발사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18, 19일 난민들을 버스 수십 대에 태워 헝가리로 돌려보냈다. 이에 헝가리 정부는 “헝가리 주권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헝가리 정부도 이 난민들을 다시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로 데려가 걸어서 국경을 넘게 했다고 BBC는 전했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19일 하루 동안 헝가리 등지에서 넘어온 난민이 1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의 요하나 미클라이트너 내무장관은 “이웃 국가들이 유럽연합(EU) 규범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난민 문제가 회원국 간 갈등 요소로 부각되자 EU는 23일 난민 위기 논의를 위한 특별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하루 전 열리는 EU 내무장관 회의에선 난민 12만 명을 추가로 수용하는 분배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독일의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은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EU에 들어오는 난민 규모에 상한을 두고, 허용치를 초과할 경우 출신국으로 난민들을 송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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