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톈진… “유독물질 확산 막아라” 초비상

  • 동아일보

“물류회사, 위험물질 3000t 보관”
폭발지점 반경 100m 흙으로 막아 화학물질 오염수 외부 유출 우려
CCTV 오락프로 중단 희생자 추모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한 중국 톈진(天津) 시 빈하이(濱海) 신구에 19일 비가 내려 유독성 화학물질 오염 확산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사고 현장에 유출된 시안화나트륨이 물과 만나면 유독성의 시안화수소로 바뀌기 때문이다. 시안화수소는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독가스 성분이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오후 양은 많지 않으나 천둥을 동반한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폭발이 일어났던 지역의 지면에는 백색 분말이 포함된 부유물이 떠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물류창고 지역에는 물류업체 ‘루이하이(瑞海) 국제물류’가 쌓아놓은 700t의 시안화나트륨 등 각종 유독성 화학물질이 흩어져 있다. 뉴웨광(牛躍光) 톈진 시 공안소방국 부국장은 사고가 난 물류회사 야적장 창고에는 3000t의 위험 화학물질이 보관돼 있다고 말했다.

톈진 시 당국은 특히 시안화나트륨이 빗물과 만나면 시안화수소로 변해 대기환경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고 비가 오기 전에 수거 및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시안화나트륨 처리를 위해 인민해방군 무장경찰에서 파견된 화생방부대가 한 시간마다 컨테이너 등을 검측하고 있으며, 베이징(北京) 시에서도 200명의 화생방 요원을 증파했다.

톈진 시 당국은 첫 폭발 지점을 원점으로 현장을 반경 1km, 2km, 3km로 3등분해 화학물질 처리를 하고 있다. 폭발 지점에서 반경 100m는 바닥을 흙으로 막아 오염수의 외부 유출을 막고 있다.

기상 당국은 20일에도 톈진에 적지 않은 비가 온다고 예보하고 있어 예보대로 비가 내리면 물에 녹은 화학물질이 지하수나 주변 지역, 나아가 보하이(渤海) 만까지 흘러들어 갈지 주목된다.

중국 언론은 폭발 사고가 난 창고를 운영한 민간업체인 ‘루이하이 국제물류’가 어떻게 설립 3년 만에 국영기업도 따내기 어려운 유독 화학물 취급 허가를 받았는지, 이 업체의 실제 소유주는 누구인지 등이 핵심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반관영 중국신문주간은 실제 소유주 중 한 명으로 알려진 둥(董)모 씨는 전 빈하이 항 공안국장 둥페이쥔(董培軍)의 아들로 1982년생인 둥서쉬안(董社軒)이라고 밝혔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20일까지 일체의 오락프로그램 방송을 중단하고 톈진 시, 허베이(河北) 성 등 지방방송도 동참하는 등 중국에서는 희생자 추모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19일까지 희생자는 사망 114명, 실종 70명이다.

한편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8일 톈진 대형 폭발 사고에 대한 대중의 공포가 신속한 사고 대처에 실패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체제에 대한 분노로 변하고 있으며 여태까지 사건 중 시-리 체제에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주었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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