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성전환 수영 선수’가 된 예비 하버드생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2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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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급 실력을 가진 여고생 수영선수의 스카우트를 놓고 미국 주요 대학이 경쟁을 벌였다. 결국 그 선수는 한 명문대 여자 수영팀으로 영입됐다. 그런데 무슨 사정인지 그 선수는 입학을 1년 늦췄다. 그 사이 ‘여자에서 남자로’ 변신했다. 성(性)전환 수술을 받은 것이다. 사실상 수영선수의 길을 포기하고 자신이 원하는 성 정체성을 선택한 셈이다. 그 선수는 여자 수영에선 최고였지만, 남자 선수들과 경쟁한다면 중하위권 수준에 불과하다. 이 경우 이 선수를 스카우트한 대학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버지니아 주 출신의 슈일러 베일러(19)와 미 명문 하버드대 사이에 발생한 ‘사건’이다. 베일러는 하버드대 교지 ‘더 하버드 크림슨’과 인터뷰에서 “(여자로서) 수영을 계속 해야 하나, 아니면 그만 두고 성전환수술을 받아야 하나를 계속 고민했다. 난 정말 수영을 포기하기 싫었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여자로 살아갈 수 있을까’도 자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찾은 ‘제3의 길’이 일단 가슴(유방) 절제 수술만 받고 여자팀에서 계속 뛰는 것이었다. 그런 사정과 수술 진행 상황을 하버드대 여자 수영팀의 스테퍼니 모로스키 감독에게 알렸다. 성전환 수술이 하나하나 계속되던 지난 2월 베일러는 모로스키 감독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수영의 길과 성 정체성 사이에서 더 이상 고민하지 마라. 하버드대 남자 수영팀에서 수영을 계속 할 수 있다.”

베일러는 그 순간에 대해 “너무 놀라 뒤로 넘어질 뻔 했다. 세상이 열리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 무렵 하버드대 남자 수영팀 선수들에겐 한 가지 지침이 내려진다. ‘(새 멤버가 될) 베일러를 편안하게 해줘라.’

베일러는 9월 학기가 시작되면 ‘성전환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입학하는 최초의 하버드생’이 될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또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에서도 ‘최초의 성전환 수영 선수’가 된다. 이미 농구 등 다른 스포츠 종목에선 성전환 선수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남자가 여자로 변신한 경우였다.

베일러는 “여자팀에서 뛰었으면 내 주 종목인 100m 평영에서 아이비리그(미 동부 8개 명문대) 수영대회 챔피언이 될 수 있었겠지만 남자팀 기록으로 하면 그 리그의 21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수영은 이제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한다. 기록표에서 바로 내 앞에 있는 (남자)선수 1명을 따라잡는 데만 집중할 것이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하루하루 더 나아지는 것이고,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chuyler Bailar
Stephanie Morawski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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