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금 모으기 운동’?…그리스 구제 모금 캠페인 가속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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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 Feeney 씨.
Thom Feeney 씨.
“유럽연합(EU) 시민들이 1인당 맥주 반 잔 값도 안 되는 3유로(약 3700원)만 모으면 그리스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

소액모금(크라우딩 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에서 30일부터 ‘그리스 구제금융 펀드’란 제목으로 이런 캠페인이 시작됐다. 모금 기간은 일주일. 그리스가 30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해야 하는 16억 유로를 갚지 못해 그리스발 경제 위기가 고조되자 “정치인들 못 믿겠다. 5억3000만 EU 시민이 직접 나서자”고 촉구한 것. 이 캠페인의 발의자는 영국 런던 신발가게에서 일하는 29세 청년인 섬 피니 씨. 그는 일문일답 형식의 소개글에서 “모금 사이트 개설하자마자 많은 시민이 폭발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한 언론인은 나에게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당신과 연락하고 싶어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모금 사이트는 개설 이틀째인 1일 참여자가 4만 명, 모금액은 60만 유로(약 7억5000만 원)를 돌파했다.

피니 씨는 “나는 10유로 냈다. EU 시민 3명 중 1명만 (나처럼) 10유로만 내면 16억 유로가 모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장난 하느냐’로 묻는데 그 심정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리스 사태는 (그에 대해 협상하는) 정치인들이 아니라, (나 같은) 평범한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시민이 △그리스산 샐러드나 와인을 사주고 △여름 휴가지를 그리스로 결정하는 것 등도 그리스 위기 해결의 실천방안으로 제시했다.

미국과 유럽의 몇몇 언론들은 이 캠페인 내용을 보도하면서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과 비슷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리스 구제금융 펀드’ 캠페인은 그리스 국민이 직접 나라 빚을 갚으려고 나선 게 아니라 그 때문에 피해 보는 유럽의 다른 나라 시민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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