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손 꼭잡은 푸틴 “단극체제 막아야”… 美에 견제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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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 밀월… 新냉전 우려]
서방 불참 러 승전 70주년 기념식… 두 정상 옆자리서 밀착 대화
러-中, 군사-경제협력 속도 내지만 양국간 군사동맹까지는 안갈듯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이 열린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 오전 10시 의장대가 러시아 국기와 1945년 독일 베를린의 의회 지붕 위에 내걸었던 소련 적군의 승전기를 들여오면서 군사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올해 퍼레이드는 러시아와 중국 등 11개국 군인 1만6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군인들은 열을 맞춰 늠름하게 모스크바 붉은 광장을 행진했다.

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국가들이 지난해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에 항의해 대거 불참하면서 ‘반쪽 행사’가 됐다. 옛 소련권 국가와 중국 인도 쿠바 몽골 등 27개국 지도자들만이 참석해 2005년 60주년 기념식 때의 절반에 불과했다.

○ 미일에 맞서는 중-러 신밀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 지상과 하늘에서 약 1시간가량 진행된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가끔 서로 몸을 기울여 가며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는 장면이 중국 관영 중앙(CC)TV 등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퍼레이드 후 무명용사 묘 헌화 등에서도 두 정상은 나란히 섰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기념식 참가에 대한 답례로 9월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반파시스트 및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 참석할 계획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미일방위협력 지침’ 개정으로 본격화된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에 맞서 정치·외교·군사·경제 전방위에서 협력을 강화하며 신밀월 시기를 맞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중국은 2차 대전에서 아시아의 중요 전쟁터로 많은 피해를 보았다”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단극 세계를 건설하려는 시도와 군사적 동맹 결성의 사고가 세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우리의 과제는 블록 짓기를 배제한 글로벌하고 균등한 안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힘을 합쳐 일극주의를 추구하는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8일 크렘린궁에서 러-중 정상회담을 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일방적으로 전 세계적인 범위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개발하고 배치하는 것은 국제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지구의 전략적 안정과 안보를 해칠 수 있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 중-러 해상 연합 훈련 등 군사 협력 강화

중-러 양국은 최근 군사 협력을 집중 강화하고 있다. 당장 11일부터 흑해와 지중해에서 양국 해군의 연합 훈련이 시작된다. 중국은 이미 러시아 최신예 수호이-35 전투기 35대, 6기의 S-400 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구입하기로 하는 등 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계약을 러시아와 체결한 상태다. 러시아는 또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을 위해 5세대 칼리나급 잠수함을 개발해 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중국이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맺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하려는 전략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번 퍼레이드에 비전투 부대인 의장대를 보낸 것도 미국과 서유럽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고려라는 분석이다.

중-러 경제 협력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8일 시베리아 가스 ‘서부 노선’ 기본 방침 합의에 이어 9일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육상과 해상 21세기 실크로드 장기 개발 전략)’ 정책과 러시아의 옛 소련권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 두 지역 경제공동체 간 협력을 다짐했다.

○ 일본, 중-러의 미일 견제에 주목

일본 언론들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러시아와 중국이 부쩍 가까워진 모습을 보인 점에 주목하고 두 나라가 미일을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NHK는 9일 인민해방군이 이번 행사에 처음으로 참가한 점에 주목하며 “중-러 양국이 서로 굳건한 관계를 국내외에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사설에서 “미국, 유럽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 러시아가 중국과의 밀월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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