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벤처 기업인 출신, 경기침체 핀란드의 구원투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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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신화 시필레 새 총리 유력… 총선서 중도성향 야당 1당 올라
“기업처럼 국가운영… 일자리 창출”, 극우당 2당 약진… 反EU도 거세져

세계적인 휴대전화 브랜드인 ‘노키아’의 몰락으로 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핀란드 국민들이 정권 교체를 통한 변화를 선택했다. 새 총리 후보로는 정보기술(IT)업체 출신의 백만장자 기업가가 유력하다.

19일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 중도 성향의 중앙당이 의회 200석 가운데 가장 많은 의석인 49석(21.5% 득표율)을 차지해 집권당이던 중도 보수 성향의 국민연합당을 밀어내고 정권을 탈환했다. 반(反)유로, 반이민을 내세운 ‘핀란드당’은 38석(17.6%)을 차지해 제2정당에 올랐다. 반면 친(親)유럽 성향의 연정을 이끌어 왔던 알렉산데르 스투브 현 총리의 중도 우파 국민연합당(NCP)이 37석,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DP)은 34석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3년째 이어진 경기 침체 때문이다.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5%까지 차지하던 노키아가 몰락하자 이 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렸다. 휴대전화와 함께 또 다른 수출산업이던 목재산업도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쇠퇴했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접국인 러시아와의 경제 교류도 끊겼다.

그 결과 이 나라 실질 GDP는 최근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으며 실업률은 13.4%로 2003년 이후 최고치에 이르렀다.

중앙당을 이끄는 유하 시필레 대표(54)는 이번 총선 승리로 새 총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루터교 부흥 운동 단체에 속한 종교계 인사이자 벤처기업 신화의 주인공인 시필레 대표는 1990년대 초반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솔리트라의 사주 겸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다. 그는 1996년 이 회사를 1200만 유로(약 140억 원)에 팔아 백만장자가 됐다. 그 후 포르텔 인베스트라는 투자회사를 세워 바이오 에너지 기업들에 투자했다. 2011년 총선에서 당선돼 정치인으로 변신했고 불과 1년 만에 중앙당 당수가 됐다.

시필레 대표는 총선 캠페인에서 “핀란드가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10년간 민간부문에서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를 기업처럼 운영하고 싶다”며 “장관을 17명에서 12명으로 줄이고, 기업인을 다수 입각시켜 내각이 이사회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노동시장 개혁, 친기업 세제개혁, 건강보험 개혁 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새 정부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가입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중앙당은 다수당이지만 전체 의석의 과반에는 못 미치기 때문에 최소한 2개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특히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반대하고 유로존 축출을 주장해 온 ‘핀란드당’의 연정 참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핀란드당이 정부에 참여하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가장 강경한 북유럽국가가 탄생할 것이며,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핀란드#노키아#정권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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