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지발언 자주 한 메넨데즈 美 상원의원, 수뢰혐의 피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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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인 안과 의사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2년 넘게 수사를 받아온 민주당의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61·뉴저지)이 1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상원의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친구의 사업과 애정행각 등에 편의를 봐주는 등 대가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 대배심은 이날 메넨데즈 의원을 기소하면서 뇌물수수 8건, 부패 3건, 공모와 허위진술, 여행법 위반 1건씩 등 모두 14건의 혐의를 적용했다. 현직 상원의원에게 직무상 대가성이 인정되는 뇌물죄가 적용된 것은 1980년 같은 뉴저지 주 출신 민주당의 해리슨 윌리엄스 의원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68쪽에 이르는 공소장에 따르면 메넨데즈 의원은 1990년대부터 알고 지낸 안과의사 살로몬 멜전(61)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의 웨스트 팜비치, 도미니카 공화국, 프랑스 파리 등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선물과 골프 접대 등을 받고 19차례 자가 비행기를 얻어 탔다. 2012년 선거를 앞두고 60만 달러(6억6600만 원) 등 총 75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다.

그 대가로 메넨데즈 의원은 멜전을 포함한 의사들이 수백만 달러를 환급받도록 노인의료보장제도(메디케이드) 정책을 수정하고 멜전이 투자한 회사가 도미니카 공화국의 항만 보안 관련 계약을 따내는데도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브라질, 우크라이나,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모델로 일하는 멜전의 손녀딸 벌인 20대 여자친구 3명이 미국을 여행할 수 있도록 비자 편의를 봐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메넨데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검사는 우정과 부패의 차이를 모른다”며 “순전히 우정으로 선물을 주고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수사는 메넨데즈 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던 2012년 11월 메넨데즈 의원이 그해 부활절 휴가를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보내면서 미성년자와 섹스 파티를 벌였다는 소문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2일부터 시작되는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뇌물죄 1건에 대해서만 최고 징역 15년이 선고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뇌물혐의 8건으로만 징역 120년이 가능한 셈. 메넨데즈 의원은 이날 의원직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당장 밝히지 않았지만 의원실 측은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직에서는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 국적인 목수 아버지와 재봉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메넨데즈 의원은 3선의 상원의원으로 히스패닉 계로는 가장 성공한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뉴저지가 지역구로 평소 일본 과거사 왜곡, 북핵 등의 이슈에서 한국을 지지하는 발언을 자주 해왔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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