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피살 직전까지 드론 공포에 떨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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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살작전때 노획 알카에다 문서 英쇼핑몰 테러범 재판서 공개돼

“드론(무인공격기)을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근거지를 옮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에는 극도로 조심해야 합니다.”(2010년 알카에다 간부가 오사마 빈라덴에게 보낸 편지에서).

9·11테러의 배후이자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라덴은 미국 정부에 사살된 2011년 5월 1일 이전까지 1년여 동안 드론의 공포 속에서 쇠락의 길을 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CNN방송은 11일 파키스탄의 은신처에 숨어 있던 빈라덴이 다른 알카에다 간부들과 2010년 6월부터 사살되기 직전까지 주고받은 편지 등을 토대로 “지금 ‘이슬람국가(IS)’처럼 한때 번성했던 알카에다가 쇠락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2009년 영국 맨체스터 쇼핑몰 테러를 계획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아비드 나세르(28)에 대한 공판 과정에서 증거물로 제출됐다. 2011년 5월 1일 빈라덴 사살 작전을 주도한 미국 네이비실(해군 특수부대)은 파키스탄의 은신처에서 수천 건의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입수했다.

당시 알카에다의 최대 고민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드론 공격이었다. 알카에다의 한 간부는 빈라덴에게 보낸 편지에서 서열 3위 무스타파 야지드가 드론 공격으로 숨진 과정을 전하면서 드론에 대한 무력감을 토로했다. 그는 “야지드가 정보원의 집에 머물 때 드론 공격으로 야지드와 아내, 딸, 손녀가 사망했다”며 “흐린 날에는 안심이 되지만 날씨가 개면 다시 드론이 찾아온다”고 적었다. 또 다른 간부는 “우리(알 카에다)는 전파 방해, 해킹 등으로 드론 공격을 피해 보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고 토로했다.

알카에다는 끊임없이 테러를 모의했지만 대부분 실패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문서에는 “‘3명의 형제들’을 덴마크에 보냈으나 연락이 끊겼다”면서 영국, 러시아 등지에서 테러를 시도한 정황이 담겼다. 삼엄한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테러 방법을 고민한 흔적도 있었다. 알카에다의 한 전략가는 “가정용 칼, 연료, 가스 탱크 등 생활용품을 사용한 테러 공격이나 비행기나 기차 등을 무기화하는 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빈라덴은 당시 은신처에 숨어 지내면서도 사소한 문제들을 일일이 챙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8월 빈라덴은 10여 장에 걸쳐 쓴 편지에서 알카에다와 동맹관계인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바브에 ‘삼림 훼손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한편 알카에다의 차기 지도자가 될 만한 청년들의 이력서를 보내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또 브래들리 매닝 전 미군 일병이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넘긴 미국 기밀 자료를 번역해 알카에다 전 대원이 공유하며 미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라고 지시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빈라덴#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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