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5년만에 최저치… 글로벌 경제 영향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0일 03시 00분


원유수입국엔 당장은 호재… 산유국 투자위축땐 부메랑

내년 유가가 대폭 떨어진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저유가에 따른 국가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과 같이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호재를 맞았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수입액 비중이 7.6%다. 대만(7.9%)과 태국(7.7%) 다음으로 높다. 남아프리카공화국(6.4%)과 인도(6.0%), 필리핀(4.3%) 등도 높은 편이다. 한국은 저유가 혜택으로 GDP의 2.4%에 해당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와 일본도 각각 1.8%, 1.2%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 나라들은 원유 수입 비용 절감분을 경제성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원유 수입이 해마다 증가하는 중국은 이미 저유가 덕분에 지난달 544억7000만 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최고 기록인 8월의 498억7000만 달러를 뛰어넘은 수치다.

리비아 베네수엘라 이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은 울상이다. 리비아는 브렌트유의 배럴당 판매 가격을 184.10달러로 책정하고 예산을 짰다.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각각 배럴당 130.70달러와 117.50달러로 예상했었다. 러시아는 현재 재정 지출을 뒷받침하려면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나라들은 재정 불안정을 맞고 있다.

몇몇 산유국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저유가 기조가 단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과도한 하락세를 이어갈 경우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유국들이 경기 침체에 빠져들면서 이 나라들의 글로벌 투자가 급격하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산유국들의 꾸준한 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완충재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9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3.99포인트(5.43%) 하락한 2,856.27로 거래를 마쳤다. 2009년 8월 31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성장해 왔던 태양광 풍력 등 그린에너지 산업도 저유가에 따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원유 가격이 낮아지면 각국 정부의 그린에너지 관련 투자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저유가가 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최근 “고유가 시대에는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이란 같은 인권과 민주주의 후진국들이 막대한 수익으로 민주주의 열망을 누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 수입이 줄면 국민의 불만도 커지고 동시에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국제유가#저유가#산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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