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우산혁명’ 지켜본 대만 국민, 親中 집권당에 옐로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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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의 국민당, 지방선거 참패
中 귀속후 홍콩 자치보장은 허울뿐… 中 일국양제 정책에 강한 거부감
타이베이 시장에 무소속 의사 당선… 독립 성향 민진당에 표심 쏠려

지난달 29일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의 전통적 아성이었던 수도 타이베이(臺北) 시장을 야권 단일후보인 정치 신인 커원저(柯文哲·55) 후보가 차지하는 파란이 일어났다. 여당인 국민당은 22개 시장과 현(縣)장 중 6개만 건져 기존 9개를 잃으며 참패한 반면에 야당인 민진당과 무당파는 각각 13개, 3개를 차지해 압승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의 우산혁명이 끝나가려는 순간 대만 지방선거가 친(親)중국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평가했다. 민진당 소속 타이베이 시의회 의원 후보인 저우보야(周柏雅) 씨는 “우산혁명 때 부각된 일국양제가 국민당에 독이 됐다”고 했다.

○ 무소속 의사, 정치거물 눌러

커 당선자는 국민당 롄성원(連勝文·44) 후보를 선거운동 내내 앞서다 득표율 40%포인트 차로 크게 물리치고 당선됐다. 롄 후보는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양안 관계 물꼬를 튼 롄잔(連戰) 국민당 명예주석의 아들로 유력 정치가문 출신이다.

타이베이 시장직을 거머쥐면서 단숨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커 당선자는 1959년 북부 신주(新竹)에서 태어나 대만대 의대를 나온 의사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유학한 뒤 대만대 의대 창상의학부 주임 겸 교수로 활동했다.

16년간 국민당이 독점하던 타이베이 시장 자리를 차지한 커 당선자가 2016년 1월 총통 선거에서 후보로 부상할지가 벌써부터 관심거리다.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이나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등도 타이베이 시장을 거쳐 대권을 잡았다.

커 당선자는 무소속이지만 정책노선은 대만 독립 노선을 주장하는 민진당과 같다. 그는 개표 전 기자회견에서 ‘92컨센서스’를 두고 “그 내용이 도대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92컨센서스는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만 ‘중국’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각기 해석하고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이라는 각자 국호를 사용한다고 합의한 것이다.

그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복역 중인 민진당 출신의 천 전 총통을 여러 차례 치료했고 가석방까지 주장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TV 토론 프로그램 출연자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롄 후보와는 2010년 타이베이 시장 선거 지지 연설 도중 그가 총격을 받았을 때 치료팀을 지휘한 인연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6개 직할시를 포함한 22개 시와 현의 수장 그리고 각급 지방정부의 의원 등 아홉 종류의 공직자 1만1130명을 한꺼번에 뽑아 ‘9합(合)1’ 선거로도 불렸으며 역대로 가장 규모가 컸다.

○ ‘양안 관계’ 재조정되나

유권자들은 중국이 홍콩의 우산혁명을 처리하면서 ‘일국양제’를 강조하면서도 홍콩 반환 뒤 50년간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깨는 것을 지켜봤다. 중국이 통일 뒤 대만에도 홍콩식 일국양제를 적용할 것이라는 얘기는 유권자들의 반감을 살 수밖에 없었다.

양안 관계에 적극적이었던 국민당이 6개 직할시 중 전통적 아성이었던 수도와 타이중(臺中)을 모두 잃고 신베이(新北)에서만 겨우 한 자리를 건진 것이 그 결과였다. 특히 타이베이 시장 선거는 2008년 5월 집권한 뒤 재선까지 성공한 마 총통이 추진하는 양안 관계가 과속(過速)하고 있다며 경고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양안 간 각종 정치 경제 협력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선거에서는 마 총통의 경제정책 실패와 부패 의혹도 심판을 받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민당이 중국과 경제 유대를 강화했지만 임금 정체와 소득 불평등을 우려하는 유권자들을 다독이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참패 결과가 나온 뒤 총리격인 장이화(江宜樺) 행정원장이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고 마 총통도 국민당 주석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8, 29일 열린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 “국가 통일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양안 관계에 긴장 국면이 조성될지 주목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우산혁명#대만#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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