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美 사립탐정 15만여명 활동… 日 탐정업 회사 5000개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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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민간 조사업’

올해 초 스코틀랜드에 있는 한 발전소에서는 몇 달 전부터 구리 파이프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다. 발전소 경영진은 사립탐정을 고용해 은밀히 수사에 나섰다. 결국 3월 26일 마크 월뱅크(45)라는 직원이 범인으로 밝혀졌다. 사립탐정으로부터 범죄 정보를 받은 경찰이 월뱅크의 집을 급습했을 때 창고에는 약 7000파운드(약 1200만 원)어치의 구리 파이프 조각들이 가득 차 있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수많은 사립탐정(PI·Private Investigator)이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수사 도중 증거 불충분에 부닥치거나 수사 의지가 부족해 미제로 놔둔 사건에서 ‘해결사’ 역할을 한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Indiegogo)’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실종된 에마 필리포프(28)의 어머니가 쓴 사연이 올라왔다. 2년 전 캐나다 빅토리아에 있는 엠프레스호텔 주변에서 누군가에게 둘러싸여 곤경에 처해 있는 모습이 911에 신고된 이후 딸이 사라졌지만 경찰은 아무런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어머니는 “사립탐정을 고용하는 데 7만5000달러가 필요하다. 도움을 달라”고 누리꾼들에게 호소했다.

사립탐정의 활동 범위는 실종자 찾기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불륜 증거 확보, 채무자 추적, 기업 간 분쟁, 금융사기 사건, 컴퓨터 및 전화 도청 사건에도 미친다.

영국에서는 1748년 런던 보스트리트의 치안판사로 임명된 헨리 필딩(1707∼1754)이 유능한 사립탐정을 뽑아 세계 최초의 공립탐정기관으로 평가되는 ‘보스트리트러너’라는 소수의 정예 탐정 조직을 만들었다. 그는 보안관과 관련된 각종 범죄의 증거를 수집해 공직사회의 적폐 해소에 나서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1833년 군인 출신인 외젠 프랑수아 비도크가 최초의 사립탐정 회사를 차렸다. 비도크는 범죄 조사에서 현장 보존, 범죄학, 탄도학 등을 도입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구두 바닥에 회반죽을 발라 족적을 확인했다. 그의 신체치수 측정 기법은 지금도 프랑스 경찰에서 이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850년 앨런 핑커턴이 설립한 ‘핑커턴 국립 탐정사무소’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 회사는 비밀 첩보조사부터 경호업, 기업 보안관리, 지식재산권 보호 등 전문 분야가 다양해 다른 나라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1998년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과 여비서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특별검사 케네스 스타는 사립탐정에게 증거 수집을 의뢰해 불륜 의혹의 단서를 확보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탐정업이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은 것은 ‘탐정업 업무 적정화에 관한 법률’이 2007년 6월 시행되면서부터다. 조사 비용은 간단한 조사가 5만∼6만 엔(약 50만∼60만 원), 어려운 조사는 100만 엔을 넘기도 한다. 2012년 말 현재 총리 산하 공안위원회에 신고된 탐정업 회사는 모두 5546개다.

각국에서 사립탐정이 되려면 면허를 받아야 한다. 미국에는 15만 명의 사립탐정이 활동하고 있다. 그중 41%는 전문 탐정회사에 소속돼 있으며 40%가량은 정부기관 로펌 은행 보험회사 신용정보회사 백화점 등에서 일하고 있다.

한편 사립탐정과 부패 경찰, 정치권의 유착관계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1987년 3월 영국의 사립탐정 대니얼 모건은 런던 경찰청의 비리 사건을 캐던 중 한 주차장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27년간 재수사를 진행했지만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그런데 2011년 이 사건이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모건의 동업자 조너선 리즈가 한 신문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연간 15만 파운드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리즈는 또 경찰과의 ‘거래’를 통해 유명인의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탐정#사립탐정#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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