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리모 천국? 정자-난자 기증자도 많아…비용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7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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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에 사는 남성 동성연애 커플인 파울로 부부는 최근 생일 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해 '깜짝 선물'을 공개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한 여성의 자궁 속에서 꿈틀거리는 태아의 초음파 사진이었다. 파울로 부부가 "우리 아기"라고 밝히자 친구들은 충격을 받으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들은 미국의 대리모를 통해 생물학적으로는 얻을 수 없는 아이를 얻는 기적을 이뤘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 시간) 미국의 대리모 산업이 급팽창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해외에서 미국의 대리모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태어날 아이는 10년 전의 세 배인 2000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수요가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다. '그로잉 제너레이션스'라는 대리모 알선업체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튜어트 벨은 "4년 전에는 20%에 그쳤던 해외 수요가 최근 들어 절반을 넘었다"고 NYT에 밝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 등 아시아와 중남미 등지에서 아이들을 입양해 '입양아 수입국 1위'를 지키고 있는 미국이 거꾸로 '대리모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대리모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반면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등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대리모를 합법화하고 있다. 인도 태국 우크라이나 멕시코 등 일부 국가도 대리모를 허용하지만 의료서비스 등에서 미국을 따라올 수 없다. 미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리모 변호사를 맡고 있는 리사 슬라우더는 "재력에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미국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여러 주에 정교한 대리모 출산 클리닉이 있는 것은 물론 변호사들이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혹시 있을 법적 분쟁에 대비하는 법률 서비스도 탁월하다. 또한 정자 및 난자 기증자와 대리모 역할을 맡겠다는 지원자들도 풍부하다.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출산할 경우 관련 비용이 15만 달러(약 1억5000만 원) 이상이라고 NYT는 전했다.

파울로 부부의 법적 대리를 맡은 멜리사 브리스만 뉴저지 주 변호사는 최근 중국 부부로부터 한꺼번에 다섯 명의 대리모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생명 윤리 문제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최근 미 대리모 산업에서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는 층은 중국인이다. 중국 정부가 자녀를 하나만 낳도록 하는 출산제한정책을 펴면서 규제를 피해 미국 국적의 아이를 가지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대리모 산업의 그늘도 크다. 30년 전 영국에서 시험관 아이가 첫 탄생한 이후 대리모 출산이 허용된 미국은 처음에는 대리모가 아이의 유전학적인 엄마였다. 아빠의 정자와 대리모의 난자가 수정돼 아이가 태어났던 것.

하지만 1986년 대리모가 출산한 이후 아이를 생물학적 아빠에게 주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이 키우겠다고 주장한 이른바 '베이비M' 사건이 터지면서 정자와 남자를 실험실에서 배양한 뒤 배아를 대리모의 몸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는 대리모가 아이의 양육권을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일 뿐 아니라 익명을 요구하는 장치인 셈이다.

유럽에서는 돈을 받지 않고 일종의 자선과 봉사의 개념으로 대리모에 나서는 것은 허용한다. 거액을 받고 대리모로 나설 경우 신(神)이 부여한 생명의 잉태권을 돈으로 사고판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대리모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으며 일본은 지난달 말 조건부에 한해 대리모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욕=박현진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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