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L “이슬람국가 건국”선포… ‘聖戰 주도권’ 알카에다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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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북부∼이라크 동부 일대 통치… 지도자 알바그다디 칼리프로 추대
빈라덴 꿈 대신 이뤄… 테러활개 우려

이라크와 시리아의 상당 지역을 장악한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지난달 29일 ‘이슬람국가’ 건국을 공식 선포했다. 이로써 ISIL은 알카에다를 제치고 전 세계 이슬람 지하드(성전)의 중심세력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ISIL은 이날 온라인 성명을 통해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서부터 이라크 동부 디얄라 주에 이르는 지역에 이슬람 지도자 칼리프가 통치하는 독립국가를 창설하고 ISIL의 현 최고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3)를 칼리프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ISIL은 또 점령지역에서는 기존 왕국과 국가 조직 기관들은 모두 효력을 잃게 되며 전 세계 이슬람인들은 칼리프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직의 명칭도 기존의 ‘이라크-레반트’를 생략하고 ‘이슬람국가’로 바꿨다. 이날 시리아 북부 도시 라카에서는 ISIL 대원들이 축포를 쏘며 국가 수립을 자축하고 주민들에게 충성 서약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가 632년 사망한 뒤 후계자로 칼리프 4명을 선출하고 나서 이슬람권에는 다양한 형태의 칼리프 국가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이 붕괴되고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케말 파샤가 1924년 칼리프제를 폐지한 뒤 역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ISIL의 이슬람국가 건설 선언은 과거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일생 동안 이루고자 했던 정치적 꿈을 대신 실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카에다가 국제적 네트워크 운동에 그친 반면 ISIL은 설립 초기부터 실전을 통해 이슬람국가 건설을 내걸고 수많은 외국인 전사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ISIL은 점령 지역에서 자체 법원과 학교, 공공 서비스를 만들고 있으며 유전지대와 은행 장악, 강도, 인질 납치, 밀수 등으로 막강한 경제력까지 갖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ISIL의 이날 선언이 “그동안 전 세계 성전(聖戰)을 통제한다고 자처해온 알카에다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브루킹스 도하 연구센터의 찰스 리스터 객원 연구원은 “ISIL의 이슬람국가 선언은 9·11테러 이후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이번 선언은 ISIL이 알카에다에 보낸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WSJ는 이슬람국가가 앞으로도 쿠르드족 자치지역 및 요르단 등으로 세력을 확장해 중동 전역에 극단주의가 더욱 활개를 칠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아랍 왕국들은 새로운 이슬람국가를 기존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분석했다.

한편 이라크 정부군은 북부 티크리트를 반군으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CNN이 30일 보도했다. 또 이라크 정부가 러시아와 벨라루스로부터 도입하기로 한 중고 수호이 전투기 10여 대 가운데 5대가 이라크에 도착해 3, 4일 안에 실전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 칼리프 ::

아랍어로 ‘뒤따르는 자’라는 뜻. 610년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뒤를 잇는 사람으로 이슬람권 전체의 지도자, 최고 종교 권위자를 가리키는 칭호다. 무함마드 사후 제4대 칼리프까지(632∼661년)는 분열이 없어 이 시기를 ‘정통 칼리프 시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후 칼리프의 정통성을 따지면서 수니파 시아파 등 여러 종파로 나뉜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ISIL#빈 라덴#알카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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