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모든 배상 끝냈고 충분히 사과” 본심 드러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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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독일式 사죄 못한다” 발언 배경
‘침략’ 반성 통한 화해시도 거부… 한-중과 과거사 갈등 격화될듯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0일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독일의 전후처리 방식을 따를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지금까지 수세적으로 대응해왔던 역사 인식을 ‘공세적’으로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중국과 일본의 ‘역사 갈등’이 불가피해 동아시아 긴장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가 언급한 독일식 전후처리 방식은 끊임없는 사죄와 피해보상금 지급은 물론이고 영토 반환과 공통 역사교과서 편찬을 통해 주변국과 화해를 시도한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일본은 주변 국가들과 타협해 평화협정을 맺고 그에 따라 보상 문제에 관한 기준을 세웠다”고 차별성을 내세웠다. ‘이미 일본은 모든 보상을 끝냈고 과거 잘못에도 충분히 사과했다’는 평소 신념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월 펴낸 ‘새로운 나라로(新しい國へ)’에서 “일본은 (패전 후) 60년간 국제 공헌에 노력해 오며 호전적인 자세를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국가 간에 문제만 생기면 과거 전쟁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에 꾹 참으며 오로지 폭풍우가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자세를 취해 왔다. 그 결과 걸핏하면 우리에게 잘못이 있는 듯한 인상을 세계에 심어 왔다”며 정당화의 당위성을 내세웠다.

그는 이런 본심을 지난해 12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한 뒤 미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한동안 깊이 숨겨 왔다. 그 덕분에 올해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각종 안보 지원을 약속받는 성과를 올리고 내각 지지율도 꾸준히 60%를 넘자 자신감에 넘쳐 이번 인터뷰에서 숨겨 놓은 속내를 거리낌 없이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의 공세적 역사 인식은 한국 중국과 역사 충돌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하얼빈에 세운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외신기자 20여 명을 초청하는 등 일제의 만행을 널리 알리는 데 아주 적극적이다. 한국 역시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일본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관계를 진전할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동아시아#카미카제#태평양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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