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잡스… 스마일 메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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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직원 스카우트 시도하자 항의… 구글회장 담당자 해고통보에 :) 답신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가 2007년 3월 9일 에릭 슈밋 구글 회장에게 보낸 e메일. ‘스티브’라는 서명 위에 ‘:)’라는 이모티콘 단 하나만 보인다. 사진 출처 인디펜던트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가 2007년 3월 9일 에릭 슈밋 구글 회장에게 보낸 e메일. ‘스티브’라는 서명 위에 ‘:)’라는 이모티콘 단 하나만 보인다. 사진 출처 인디펜던트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 창업자가 자사의 직원을 스카우트하려던 구글의 인사담당자가 해고된다는 e메일을 받은 뒤에 보낸 답신은 웃음을 뜻하는 이모티콘 ‘:)’ 단 하나였다. 이 이모티콘이 잡스의 냉혹함과 실리콘밸리의 어두운 내면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팬도데일리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6만4000명이 애플 구글 인텔 등 7개 거대 IT 기업을 상대로 진행 중인 집단소송 과정에서 잡스와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주고받은 문제의 e메일을 입수했다고 3월 31일 보도했다. 엔지니어들은 기업들이 서로 스카우트하지 않기로 담합하면서 구직의 자유는 물론이고 이직에 따른 급여 상승 기회를 차단당했다며 2월에 소를 제기했다.

문제의 e메일에는 구글이 애플의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려고 시도하자 잡스가 슈밋 회장에게 항의하면서 오간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잡스는 2007년 3월 7일 슈밋 회장에게 쓴 첫 e메일에서 구글 채용 담당자가 자사 엔지니어에게 채용 의향을 밝힌 메일을 보낸 사실을 알리면서 “이를 중단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슈밋 회장은 즉시 사실을 알아보라고 지시하는 메일을 자사 고용담당 책임자에게 보냈다. 구글의 담당자는 “실무 직원이 스카우트 금지 협정을 알지 못해 실수가 발생했으며 해당 직원을 해고 조치하겠다. 실수로 인한 사고에 잡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해 달라”는 내용의 답신을 슈밋 회장에게 보냈다.

슈밋 회장은 이를 잡스에게 전달하며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꼭 알려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한 잡스의 답신이 ‘:)’였다. 구글 채용 담당 부사장은 “이번 해고를 (직원들에게 알리는) 공개 사례로 삼아야 한다”는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잡스가 기뻐한 이유가 담당자 해고 때문인지, 슈밋 회장의 사과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다만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의 잔혹하고도 그늘에 가린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스티브 잡스#스카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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