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오카 신이치 고쿠사이대학 총장은 11일 도쿄에서 동아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일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북아의 불안정 요인으로 ‘중국의 팽창과 북한의 위협’을 꼽았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캄보디아 등 평화유지활동(PKO) 중 일본 경찰이 죽었고 민간인, 비정부기구(NGO) 요원, 외교관도 죽었다. 그런데 자위대원은 한 명도 죽지 않았다. 너무 이상하지 않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직속 자문기구인 ‘안전보장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 좌장대행으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고쿠사이(國際)대학 총장. 아베 총리의 안보 브레인으로 꼽히는 그는 11일 도쿄(東京) 미나토(港) 구 세계평화연구소 사무실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큰 평화를 위해 약간의 희생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면 일본인이 해외에서 희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한다는 주장을 겨냥한 반론이었다.
그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6가지 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북한의 공격으로 미군이 자위대 출동을 요구해도 한국의 분명한 요청이 없으면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지는 총리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한국) 요청이 있어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한국이 오해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기타오카 총장이 한국 언론의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 때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나.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한반도 유사시다. 한미동맹 관계에 따라 미국이 출동할 것이다. 미 함대와 부대가 북한으로부터 공격당하면 미국이 일본에 협력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때 집단적 자위권에 기초해 자위대를 보내야 하지만 현재로선 일본은 도울 수 없다.”
―한국 정부가 자위대의 한국 진입을 허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자위대가 미군을 돕기 위해 한국 영해만 지나가더라도 일본은 반드시 한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한국이 거절하면 자위대는 한국의 영해, 영토에 가지 않는다. 일본은 한국 정부와 충돌하면서까지 자위대를 보내지 않는다. 대신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한국이 책임져야 한다. 미국 측이 매우 화를 낼지도 모른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대상은 동맹국에 한정되나.
“아니다. 세계적으로 집단적 자위권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부당한 공격을 받았을 때 행사한다. 동맹관계인지 아닌지는 조건이 아니다. 1차 아베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때는 4개 유형을 연구해달라고 요청받았지만 이번에는 보다 일반적인 측면을 논의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번에는 숙제 분량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아베 1차 내각 때 검토했던 4개 유형은 △공해상의 공동훈련 등으로 자위대 함선에 가까이 있는 미군 함선이 공격받을 때 △미국으로 향하는 미사일 요격 △유엔 평화유지활동에서 타국 부대에 대한 긴급 경호 △타국 부대에 대한 후방 지원 확대 등이었다.
―특정 정권 아래에서 헌법 해석을 바꾸면 헌법의 안전성이 무너지지 않나.
“그 질문은 내정간섭에 해당한다. 어떤 국가가 헌법을 어떻게 할지는 그 국가의 문제다. 집단적 자위권은 오랜 기간 논의해 왔다. 요미우리신문은 1990년부터 논의했다. 나는 그때 심의회에 들어가 있었다. 20년이나 논의해 온 주제다. 어느 날 갑자기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기타오카 총장은 이 질문을 내정간섭이라고 했지만 일본 정계에서는 논란이 크다. 집권 자민당 내 온건파의 대부인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간사장은 17일 요코하마(橫濱) 강연에서 ‘헌법 해석의 책임자는 나’라는 아베 총리의 국회 답변을 독하게 꼬집으며 “보짱(坊ちゃん·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 같은 생각”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헌법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 자위권 행사 방안에 대해 “그런 임시변통적인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며 개헌을 통한 정공법을 택하라고 강조했다.
또 무라카미 세이이치로(村上誠一郞) 전 행정개혁담당상은 이날 9년 만에 열린 자민당 총무간담회에서 “(집단적 자위권 관련 법안이 나오면) 회의장에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 해석 개헌이 아니라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면 일본인이 해외에서 피를 흘려야 한다. 국민적 반대도 높다. 굳이 추진할 필요가 있나.
“일본의 안전을 지키고 적극적 평화주의를 실행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적극적 평화주의를 오해하고 있다. 무기를 가지지 않고 전쟁하지 않는 소극적 평화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남수단이나 시리아를 그대로 두면 되겠나. 풍요를 즐기는 국가는 곤란한 국가의 평화 구축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그건 위험이 따른다. 많은 일본 국민이 반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집단적 자위권이 일본군의 부활, 나아가 영토 확장으로 이어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가율은 연간 2.8%다. 중국은 12%다. 더구나 과거 30년간 한두 해를 빼고는 계속 두 자릿수로 증강해 왔다. 긴장의 요인은 중국과 북한의 군비 강화다. 게다가 일본이 영토를 확장해 얻는 이점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부정적인 것밖에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가난했던 일본은 영토를 넓히지 않으면 부유해질 수 없었다. 인구도 계속 늘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가 줄고 있고 무역으로 부(富)를 쌓고 있다. 일본은 두 번 다시 군국화하지 않는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중국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이 2차 대전 전 (영토를) 팽창했을 때 총리 힘이 매우 약했고 언론자유가 탄압당했다. 지금 중국이 그렇다. 그렇게 큰 대륙을 가졌지만 남중국해, 동중국해로 팽창하고 싶어 한다. 일본은 중국을 종주국으로 모시고 싶지 않다. 한국은 훌륭한 세계 대국으로 성장했다. 경제력은 세계 ‘톱10’ 정도다. 중국의 난폭한 팽창에 침묵하는 것을 나는 이해하기 힘들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한국의 역사 비판이 지나치다. 옛날에는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참배를 해도 아무 말이 없었다. 야스쿠니는 기본적으로 일중 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우경화다. 혐한, 혐중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중국, 한국의 지나친 비판이 가져온 결과다.”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1948년 나라 현 출생 △1971년 도쿄대 법학부 졸업 △1976년 도쿄대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 △1978년 릿쿄대 법학부 조교수 △1981년 미국 프린스턴대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1997년 도쿄대 법학부 교수 △2004년 유엔 일본정부 차석대표 △2006년 도쿄대 법학부 교수 복직 △2009년 세계평화연구소 연구본부장 △2012년 고쿠사이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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