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슬람반군 활개… 소치는 지금 테러공포에 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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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을 3주 앞두고 테러 안전에 잇따라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소치에 특별 안전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주변 도시에서 잇따른 테러에 이어 교전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15일 새벽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내무부 소속 특수부대원들이 다게스탄 하사뷰르톱스크 지역 카를라뉴르트 마을에서 이슬람 반군과 총격전을 벌여 반군 4명과 보안군 3명이 숨졌다.

국가 대테러위원회는 “반군들이 어둠을 이용해 자동소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며 포위망을 뚫으려는 시도를 했다”며 “특수부대원들이 이들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군인 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반군 사망자 중에는 이 지역 이슬람 반군 지도자로 알려진 마라트 이드리소프도 포함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남부 스타브로폴 주 퍄티고르스크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의 배후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은 러시아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이슬람 반군들의 거점이며 이날 교전이 발생한 지역은 소치에서 550km가량 떨어진 곳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30일에는 소치에서 700km 떨어진 볼고그라드의 트롤리버스에서 폭탄이 터져 최소 14명이 숨지는 테러가 발생했다. 이 도시에서 2개월 만에 세 번째로 발생한 폭탄 테러다.

○ 이슬람 반군 지도자 “테러 공언”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러시아 당국은 경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불안 요소가 곳곳에 잠복해 있다.

테러 대비를 위해 군부대가 동원됐고 모든 방문객은 검문을 받아야 한다. 소치의 언론인 올레크 루베즈한스키 씨는 “소치는 수천 명의 경찰이 포위한 버려진 도시”라고 묘사했다. 상품이나 식품의 배달도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최근 몇 주 새 생필품 가격이 치솟아 주민들은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다른 지역의 친척이나 친구 집에 옮겨가고 싶어 할 정도다.

철통 경계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씻어내지 못하는 것은 볼고그라드 등에서 발생한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인물이 체첸 이슬람 반군 지도자 도쿠 우마로프(50)라는 점 때문이다.

우마로프는 지난해 7월 소치 올림픽을 열지 못하게 하겠다며 공개적으로 협박했다. 그는 소치 올림픽이 “이슬람 조상의 뼈 위에서 열리는 것”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올림픽을 방해하겠다”고 영상을 통해 경고했다. 체첸 등 북캅카스 지역은 1864년 러시아군에 점령되면서 러시아에 합병됐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이슬람인이 희생됐다.

러시아 당국은 수개월 전부터 소치와 가까운 북캅카스 지역의 테러리스트 색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보안군을 동원해 다게스탄 등지의 반군이 머물렀던 산을 샅샅이 뒤졌고 폭탄 제조자나 제조 시설을 추적했다. 무인기 드론을 띄워 반군의 은신처 색출 작업도 벌였다.

또 러시아 정부는 “테러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며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 FSB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들을 의회에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에게만 주어진 차량 검색과 소지품 검문검색 권한을 FSB 요원에게도 부여하고, 테러 지원용 자금줄을 끊기 위해 돈세탁 처벌 수위를 크게 높이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러시아를 ‘경찰국가’로 만들려는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FBS는 소치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전자기기를 이용한 광범위한 감시를 벌이고 있는데, 선수와 심판은 물론이고 심지어 관중의 정보도 수집해 분석 중이다. 그러나 경계가 강화돼 테러를 저지르기 어려운 올림픽 관련 시설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운 목표인 ‘소프트 타깃’을 노릴 수도 있어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 ‘검은 과부’와 ‘알카에다 연계’도 촉각

러시아 정부군에 남편을 잃은 체첸 출신 여인들이 주축이 된 자살테러 조직 ‘검은 과부(black widow)’들의 활동도 소치 올림픽 안전에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

검은 과부는 2011년 1월 러시아 최대 공항인 수도 모스크바 인근의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의 자살 폭탄 테러 배후로 지목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볼고그라드에서 발생한 버스 자폭 테러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과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로 주춤했던 알카에다가 최근 전 세계 65개국에서 활동하는 점조직을 중심으로 세력을 재정비하고 있는 점도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CNN방송 등은 최근 심층 분석을 통해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가 가장 강력하고 핵심적인 주축으로 떠올랐으며 이 중에서도 예멘이 AQAP로 인한 테러 위협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전했다. 랜드연구소의 세스 존스 연구원은 “현재 알카에다 조직이 예멘 내 그리고 미국 및 서방국 등 해외에서 테러를 기획 중이라는 여러 단서가 포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북캅카스의 반러시아 이슬람 세력과 알카에다가 연계하고 있다는 정황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테러 지향의 극단 이슬람 세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참가하는 소치 올림픽은 두 세력 모두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덕영 firedy@donga.com·김정안 기자
#러시아#이슬람반군#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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