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집단자위권 확보뒤 개헌파 결집 나설듯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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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원 선거 이후 日 어디로]<上>우경화 전망과 한일관계 영향

일본 여당인 자민당이 지난해 중의원(하원) 선거에 이어 21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압승해 일본의 우경화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한 뒤 개헌 세력을 결집해 군대 보유와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 과정에서 침략 전쟁 등 과거사를 정당화하고 교과서 왜곡을 본격화하면 한국 중국과의 마찰이 격화돼 동아시아 전체의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가 “강한 일본을 되찾겠다”며 본격적으로 우경화로 치달을 경우 그 시금석이 될 첫 무대는 다음 달 15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다. 아베 총리는 1차 정권(2006∼2007년) 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못한 데 대해 “통한스러울 뿐”이라고 말해 왔다. 올해 4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등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자 그는 “각료들에게는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가 끝난 21일 밤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참배 여부에 대해서는 “외교 문제화 가능성이 있어 간다 안 간다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각료들의 참배에 대해 “각 각료의 신념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아베 총리가 본심과 달리 개헌 등 우경화 정책 추진과 관련해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유신회, 다함께당, 신당개혁 등 개헌지지 세력을 다 합쳐도 개헌 발의 요건인 전체 3분의 2 의석(162석)에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환경권 추가 등 다른 의미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공명당과 민주당 내 개헌파를 합치면 개헌 추진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다음 선거 때인 2016년까지 3년간 안정적인 정권 운영을 보장받은 아베 총리가 국민적 합의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당장 무리하면서까지 개헌을 추진하다 중도 퇴진할 이유는 그다지 없다.

아베 총리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듯 21일 밤 기자회견에서 개헌과 관련해 “국회에서 발의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국민 과반수의 찬성이 없으면 안 된다. 침착하게 안정된 상황에서 개헌 관련 논의를 깊이 있게 할 필요가 아직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등 국민투표법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며 급하게 개헌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개헌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집단적 자위권 확보가 우선순위가 되겠지만 이도 간단치는 않다. 미국의 최근 기류 변화 때문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바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동아시아의 ‘현상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일본이 영토와 과거사 문제로 한국,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분쟁 소지를 만들 생각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과 외교 전문가 사이에서는 아베 총리가 당분간은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면서 과거사 문제와 군사대국화 과제를 둘러싸고 일본 내 우익세력과 한중 간에 줄타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일 관계는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싸고 아베 총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는 7일 일본 방송에 출연해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역사인식을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선거 후에도 역사인식에서 한국이나 중국과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선거 후 줄줄이 잡혀 있는 외교 일정에도 한국이나 중국과의 만남은 없다.

다만 양국 외교라인 간에는 최근 관계 회복을 위한 실무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9월 5,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따로 만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연말에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외교 안정화가 필수로 한국과 함께 가야 한다”며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우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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